취업난에 “변호사보다 약사가 좋아”… 로스쿨 지고 약대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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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의 업종별 일자리 상황에 따라 전문대학원의 경쟁률도 엇갈리고 있다. 2015학년도 원서접수 결과 로스쿨 입문 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 지원자는 소폭 하락한 반면 약대입문자격시험(PEET) 지원자는 급증했다. 사진은 LEET를 치르는 수험생들의 모습. 동아일보DB
전문직의 업종별 일자리 상황에 따라 전문대학원의 경쟁률도 엇갈리고 있다. 2015학년도 원서접수 결과 로스쿨 입문 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 지원자는 소폭 하락한 반면 약대입문자격시험(PEET) 지원자는 급증했다. 사진은 LEET를 치르는 수험생들의 모습. 동아일보DB
최근 법학전문대학원과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약학대 입문시험의 원서 접수가 마감됐다. 전문직 진입 통로가 전문대학원 체제로 옮겨간 가운데 올해는 분야별로 지원 동향이 엇갈렸다.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경쟁률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던 로스쿨은 도리어 경쟁률이 하락한 반면 약대 경쟁률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 로스쿨 지원자 감소

로스쿨에 지원하기 위해 필수로 치러야 하는 법학적성시험(LEET)은 올해 원서 접수 마감 결과 2000명 모집에 8788명이 지원해 4.3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보다 응시자가 338명 줄어들면서 경쟁률도 4.56 대 1에서 소폭 하락했다.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 LEET 경쟁률은 2013학년도에 일시적으로 떨어진 것 외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다만 올해는 2018년 사법시험 전면 폐지를 앞두고 로스쿨 경쟁률이 20%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2015년에 로스쿨에 들어가면 졸업 시점에 사법시험 폐지로 인한 법조 인력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LEET 원서 접수 초반에 예년보다 두 배가량 지원자가 몰리면서 이런 전망은 더욱 힘을 얻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LEET 경쟁률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출신들의 구직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연간 15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도 졸업과 동시에 자격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변호사 시험 합격률 제한(연간 입학 정원 대비 75%) 때문에 로스쿨 졸업자가 누적되면서 변호사 탈락자도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규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는 “응시율이 줄어든 원인은 아무래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한 이점이 줄어서인 것 같다”면서 “어렵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도 들어갈 로펌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로스쿨을 준비 중인 김동현 씨(27)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로스쿨을 못가면 사실 법조인으로서 장래가 없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면서 “로스쿨을 나오면 일반 기업에서 석사 이상의 대우를 해줄 거라 보고 아예 처음부터 취업을 염두에 둔 채 로스쿨을 준비하는 친구도 많다”고 말했다.

로스쿨에서 허수 지원자가 정리되는 단계라는 분석도 있다. 로스쿨 시험을 준비 중인 KAIST 재학생 변교욱 씨(21)는 “로스쿨 준비생 사이에서는 시험 삼아 응시하는 허수 지원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말이 오간다”면서 “이제는 변호사라고 다 취업이 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지원하기보다는 회계사나 의사처럼 전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전문직도 안정성 우선 추세

법조계 구직난으로 로스쿨 응시생이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으로 취업 여건이 좋은 약대 경쟁률은 오르는 추세다. 2009년 약대가 기존의 4년제에서 6년제(2년 일반 학부+4년 약대 체제)로 바뀐 이후 약대입문자격시험(PEET) 응시자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11학년도 1만681명이 응시해 6.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것이 2015학년도 원서 접수에는 1만5592명이 응시해 9.2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PEET 경쟁률이 치솟는 배경은 약사 채용 시장이 탄탄하고, 처우 또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또 로스쿨이나 의전원은 4년제 학부를 졸업해야 지원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약대는 학부 2년만 마치면 응시할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도 낮다.

최근 의전원과 치전원들이 학부 체제(의대, 치대)로 유턴하면서 선발 인원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도 PEET 경쟁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의전원 대신 약대 진학을 준비하는 이공계 학부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PEET에 응시한 서울 소재 대학 3학년 김모 씨는 “전에는 선배들이 주로 의전원이나 치전원만 준비했는데 요즘은 PEET 학원으로 많이 옮기고 있다”면서 “특히 이공계 여학생들은 일반 기업에 취업하기가 쉽지 않아 약대 준비에 매달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임현석 기자       
안지혜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영문학과 4학년
#전문직#취업#로스쿨#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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