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새 잠수함 과시, 협상 끌며 가공할 SLBM 도발 준비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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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이 잠수함은 기존 1800t급을 능가하는 2000∼3000t급으로 북극성 계열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많게는 3기까지 실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은 “당의 군사전략적 기도를 관철할 수 있게 건조됐다”며 커다란 만족을 표했다고 한다.

김정은의 잠수함 시찰은 일단 북-미 협상에서의 몸값을 높이려는 전형적인 전술로 볼 수 있다. 북한은 6·30 판문점 회동 때 2, 3주 안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던 실무협상을 미루면서 다음 달 열리는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고 있다. 지연작전을 펴면서 동시에 군사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연합훈련 중단부터 밀어붙이고 향후 협상을 뜻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5월 단거리미사일 도발처럼 이번엔 SLBM 발사를 통한 직접적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수중에서 기습 발사할 수 있는 SLBM은 공격 징후 사전 탐지가 어려워 ‘궁극(窮極)의 무기’로 불린다. 북한은 2015년 5월 SLBM 수중 시험 발사 사실을 처음 공개했으며, 이듬해 8월에는 고체엔진을 단 SLBM을 고각(高角)으로 발사해 500여 km 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SLBM 무기 체계를 보유하면 핵 선제공격을 당해 지상의 핵 시설이 무력화돼도 핵으로 보복하는 ‘세컨드 스트라이크’가 가능하다. 이는 북한에 핵 무력의 사실상 완성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이 단거리미사일 도발 전 신형 전술유도무기 개발을 시찰한 것처럼 새 잠수함 시찰도 SLBM 도발에 앞서 예비 수순일 수 있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판 자체를 깨지는 않으면서 합의의 빈틈을 노리는 교묘한 도발을 벌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 때 “작은 미사일일 뿐”이라며 협상 기조를 이어갔듯이 SLBM 도발에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북한은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오판해서 안 되는 것은 미국의 목적은 대화 그 자체가 아니라 북한의 변화라는 점이다. 대화의 끈이 이어지고 있다 해도 비핵화 실행 의지 없이는 북한은 결코 고립과 빈곤의 길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SLBM 능력 암시 같은 벼랑 끝 전술식 위협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김정은#잠수함 시찰#도널드 트럼프#slbm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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