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작가, 이번엔 비주류 삶 꿰뚫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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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사하맨션’ 출간 조남주
난민-장애인-살인남매 등 소외된 이들 세밀하게 그려

“‘우리 사회는 주류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 주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소설입니다. 가상의 도시가 배경이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으로 페미니즘 열풍의 선두에 섰던 조남주 작가(41·사진)가 난민, 장애인 등 소외된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을 세밀하게 그린 장편소설 ‘사하맨션’(민음사·1만4000원)으로 돌아왔다. 조 작가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 3월 ‘사하맨션’ 첫 원고가 나왔고 이후 고쳐쓰기를 거듭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목격할 때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내 방식으로 풀이해 본 것으로, 내 오답노트 같은 소설이다”라고 말했다.

소설은 가상 도시 ‘사하’에 자리한 ‘사하맨션’에 모여든 인생들을 비춘다. 살인을 저지른 남매, 본국에서 낙태 시술을 하다 사고가 나자 도망쳐 온 할머니,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없는 여성…. 국가 시스템 밖에 놓인 이들은 그들만의 공동체에서 삶을 이어간다. ‘사하’는 러시아연방에 속한 사하공화국에서 따왔다. 최저 기온이 영하 70도까지 내려가는 척박한 곳이지만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50%가 매장된 곳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후 중국에서 홍콩으로 온 난민들이 모여 살다 1993년에 철거된 ‘구룡성채’도 참고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패배의식을 내면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자기 자리를 바꿔가고 다른 사람들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듭니다.”

‘82년생…’은 미국 일본 영국 등 18개국에 진출했고,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됐다.

“‘페미니즘 작가’로 불리는 데 대해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소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는 현재 중학교 여학생의 성장기를 담은 소설을 쓰고 있다. 지금 청소년들이 어떤 세대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내가 가진 질문에 대해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그런 궁금증이 소설을 쓰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우리를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사하맨션#조남주 작가#페미니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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