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못 넘었지만…극강의 위기관리 선보인 류현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6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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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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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이 좋지 않을 날에도 잘 버텨내야 진짜 좋은 투수다.”

‘국보급 투수’로 활약했던 선동열 전 야구 대표팀 감독을 포함해 모든 투수 지도자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다.

26일 피츠버그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32·LA 다저스)은 그런 의미로 볼 때 단연 최고였다. 경기 초반 불운과 평소 같지 않던 제구에도 불구하고 선발 투수로서 임무를 100% 완수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26일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허용하고도 2점만을 내주며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7승째를 수확한 그는 맥스 프리드(애틀랜타)와 함께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평균자책점 역시 1.65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유지했다. 타석에서는 4회초 결승 2루타를 포함해 2타수 1안타 1타점 1희생번트로 활약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은 피츠버그를 상대로 통산 6번 선발 등판해 6번 모두 승리하며 ‘해적 천적’으로도 자리매김했다. 6경기 평균자책점은 2.58에 불과하다.

이날 경기는 뇌우 예보로 인해 예정보다 1시가 45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경기 전 관심은 그의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에 쏠렸다. 5월 들어 ‘사이영상’급 활약을 보이고 있는 류현진은 지난 경기까지 3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박찬호와 샌디 쿠팩스 등이 보유한 33이닝(2000~2001년)과 2이닝 차이였다.

눈앞의 대기록은 허무하게 무산됐다. 1회를 공 7개로 삼자범퇴로 틀어막은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2회말 선두 타자 조시 벨에게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 멜키 카브레라를 상대로는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다. 하지만 이 공을 잡은 포수 러셀 마틴이 3루로 송구하다가 공을 외야 쪽으로 보내버리는 실책을 범해 동점을 허용했다. 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이 ‘32’에서 멈추는 순간이었다. 류현진은 이후 콜 터커에게 역전 적시타까지 맞았다. 류현진의 32이닝 무실점 기록은 박찬호 등의 9위에 이어 다저스 역대 투수 11위에 해당한다.

류현진은 이날 주무기인 커터 등이 가운데로 몰리며 시즌 최다인 10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실점 위기 마다 집중력이 빛났다. 수비수들의 도움도 여러 차례 받았다. 4회말 무사 2, 3루에서는 후속 세 타자를 모두 외야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강한 어깨를 가진 다저스 외야수들 덕분에 3루 주자가 홈으로 뛰지 못했다. 5회 무사 1, 2루에서는 벨을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6회 2사 3루에서는 제이콥 엘모어의 장타성 타구를 우익수 코디 벨린저가 펜스에 몸을 부딪치며 잡아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류현진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0.054(37타수 2안타) 밖에 되지 않는다.

류현진은 7회부터 마운드를 훌리오 유리아스에게 넘겼다. 투수 수는 93개였고, 이 가운데 66개가 스트라이크였다. 다저스 타선은 장단 13안타로 7점을 뽑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3안타 중 류현진의 2루타를 포함해 8개가 2루타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은 처음부터 아예 의식하지 않았다. 첫 실점을 한 뒤에도 오직 선발 투수로서 팀을 이길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5월 등판한 5경기에서 4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0.71을 기록한 류현진은 ‘이 달의 선수’ 수상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예정대로라면 류현진은 6월 1일(현지시간 5월 31일) 필라델피아와의 안방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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