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느 자리에서 일할까…SK 최태원의 ‘공유좌석’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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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5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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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 없애고 자율 좌석서 업무…“매너리즘 없어”
최태원 회장 주도…일부 우려에 “일단 시도해보자”

SK그룹이 사무실마다 닫힌 두꺼운 문과 팀별로 가로막은 높은 파티션을 걷어내고 있다. 이런 지정 좌석제에서 벗어나 매일 원하는 자리에서 일하는 ‘공유 좌석제’의 전면 시행을 준비 중이다. 업무의 효율성과 구성원의 만족 모두를 달성하자는 새로운 경영 전략이다.

25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면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그동안 벽과 문으로 막혔던 사무실을 허물고, 모든 층에 공유 좌석을 설치하기 위해서다.

정해진 좌석이 없기에 직원들은 아침마다 출근하며 자신이 그날 앉고 싶은 좌석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한다. 햇볕이 드는 창가 좌석에 앉을 수 있고, 호텔 카페 같이 탁 트인 테이블에서 업무를 볼 수 있으며, 유리벽이 둘러싼 독서실에 틀어박혀 집중할 수도 있다. 팀원끼리 머리를 맞대야 할 때만 프로젝트 룸에 모이는 식이다.

과거의 근무 형태를 완전히 바꾸기 위해서다. 지금까진 층과 부서별 ‘칸막이’로 나뉘어졌지만, 날마다 다른 구성원을 만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다른 시각을 나눠 업무의 효율성과 자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매일 같은 팀장·팀원만 봐야하는 지정 좌석제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계열사인 SK E&S·SK루브리컨츠·SK종합화학은 먼저 사옥을 빠져나와 지난해 9월부터, SKC는 지난 3월부터 시범운영 중이다. 리모델링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지난 1일부터는 서린사옥에서도 SK이노베이션·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공유 좌석제를 시행했다.

공유 좌석제를 먼저 경험한 직원들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딱딱하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SK이노베이션의 한 직원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걸 시도해볼 수 있게 됐다”며 “기본적인 업무 공간이 새로워진 점도 좋다”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선 업무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높였고, 직원 입장에선 업무 환경이 개선된 셈이다.

이런 SK의 실험은 최태원 회장이 추진했다. 그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이렇게 일하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에 대해 그는 “일단 한번 시도해보자. 비효율적이면 다시 돌아가면 된다.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해보는 게 낫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구성원의 노동 환경이 개선됐다는 점은 SK가 추진하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증진과도 연결된다. 지난 21일 열린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강동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상무는 “기업 구성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사회적 가치 측정 항목 세 가지 중 하나인 ‘비즈니스 사회성과’에 해당한다”며 “이는 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는 사회적 가치”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근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1분기부터 한 달에 두 번의 금요일을 쉬는 ‘주 4일 근무’를 전면 시행했다. 구성원의 행복을 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공유 오피스 리모델링을 위해 첫 공사가 시작된 SK서린사옥은 지난 3월 1차 공사를 마치고 현재 2차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7월부터 10월까지인 3차 공사를 마치면 현재 외부 사무실을 이용하는 SK E&S 등 계열사들이 다시 복귀한다. 이후 올해 연말 모든 공사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완전한 공유좌석제가 시행될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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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서린사옥 공유 오피스(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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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 주변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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