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원격조종 로봇이 세탁뒤 정리정돈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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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로봇 서비스 시장의 혁신
日 병원-호텔 곳곳에 로봇 등장
다코야키 직접 구워내지만 아직은 인간과 분업 단계
완전 무인화까지는 시간 걸릴듯

원격조종 가사 지원 로봇 ‘우고’. 사진 출처 미라로보틱스
원격조종 가사 지원 로봇 ‘우고’. 사진 출처 미라로보틱스
일본은 전통적으로 제조업 로봇 강국이다. 그런데 이제는 공장뿐 아니라 병원, 호텔, 편의점, 가정 등 서비스업 현장에서도 로봇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2018년 12월 일본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은 NEC가 만든 로봇 ‘파페로아이(PaPeRo i)’를 도입한 시범 매장을 열었다. 이 로봇은 무인계산대 역할을 하는 동시에 안면인식 카메라를 이용해 손님의 연령과 성별에 맞는 맞춤형 광고를 보여준다. 세븐일레븐은 업무 전반에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의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종업원들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주력하도록 만든다는 방침이다.

식음료 체인이 로봇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었다. 로봇 레스토랑 사업을 목표로 하는 커넥티드로보틱스는 다코야키(잘게 다진 문어가 들어간 동그란 빵)를 만드는 AI 로봇을 개발해 작년 7월 나가사키의 테마파크에 적용했다. 이 로봇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으로, 인간 종업원이 반죽을 용기에 넣어주면 철판에서 굽고 뒤집는 ‘핵심 조리’ 과정을 모두 도맡아 한다. 심지어 화상 센서와 ‘딥러닝’ AI 기술까지 탑재돼 있어 인간 다코야키 전문가의 기술을 배우고 활용할 수도 있다.

일본 서비스 로봇 산업의 성장은 일본의 고령화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로봇 활용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편의점과 호텔 등 서비스 현장에서 로봇이 안전하게 일하도록 하는 안전기준을 책정했다. 국제 인증 규격을 주도해 서비스 로봇의 수출을 촉진하겠다는 포석이다.

가사를 돕는 로봇 시장이 유망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가사 서비스는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함께 인건비와 교통비 등 비용 문제, 집 열쇠 전달 및 회수의 번거로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보다 로봇을 선호할 가능성이 큰 분야다. 다만 가사 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손가락을 능숙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현재의 AI 기술로는 이를 제대로 구현해 내기가 힘든 상황이다. 미라로보틱스는 이 문제를 원격조종을 통해 해결하겠다며 올해 2월 우고(ugo)라는 가사지원 로봇을 선보였다. 고객의 집에 두 개의 팔과 카메라 3개, 센서와 마이크 및 스피커가 달린 우고를 배치해 두면 전문 오퍼레이터가 원격으로 조작하면서 세탁, 정리정돈 등의 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8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2020년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세븐일레븐과 커넥티드로보틱스, 미라로보틱스 등의 사례에서 보듯 현 상황에서는 사람과 로봇의 분업을 통한 효율성 추구가 가장 효과적인 서비스 로봇 활용법이다. 완전 무인화를 하려면 많은 센서와 기계장치가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면서,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비용과 성능을 고려해 고객가치 측면에서의 경쟁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상근자문위원 jplee@lgeri.com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원격조종 로봇#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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