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변인 짓’ 발언 논란 황교안 “내가?” 뒤늦게 부인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1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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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대변인 짓이라니…다른 사람이 이야기한 것"
당 "청중 발언 옮기는 과정에서 오해…사실관계 다르다"
이해찬 "적반하장" 박지원 "이성있는 언행 사용해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민생대장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김정은 대변인 짓’이라고 언급한 발언을 부인하고 나서면서 정치권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변인 짓’ 발언 논란은 이날 오전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동상에 헌화한 뒤 당원과 시민 등 200여명 앞에서 연설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황 대표는 연설 초반부터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목소리가 좋다는 평을 듣고 있던 제 목소리가 다 망가졌다”며 “제가 이런 말을 하니 어떤 언론인은 ‘교만하다’고 그래요. 농담과 진담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지금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연설 말미에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5당 회동을 언급하면서 ‘독재자’를 꺼냈다. 황 대표는 “북한 식량 공급 문제를 논의하자고 그러는데 여러분 지금 그걸 논의할 떄인가. 북한이 미사일 쏜 며칠 뒤에 이런 얘기하고 있으니 제가 그런 회담에 응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황 대표가 민경욱 대변인으로부터 메모를 건네받아 “독재자의 후예는 누구냐”고 묻자, 지지자들은 “문재인”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한 발언을 두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사실상 한국당을 겨냥했다”고 불쾌한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황 대표는 이어 “정부가 저희를 독재자의 후예라고 하고 있다”며 “진짜 독재자의 후예는 김정은 아닌가. 세습 독재 아닌가. 세계에서 가장 독한 독재자 아닌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고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가 요구한다. 김정은에게 정말 독재자의 진짜 후예라고 말씀해달라”고 요구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황 대표는 곧바로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 대변인 짓 하고 있지 않나. 제가 왜 독재자의 후예인가. 이게 말이 되느냐”고 개탄했다.

‘대변인 짓’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황 대표는 직접 해명에 나섰다. ‘대변인 짓이나 하고 있다고 말씀한 게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내가? 내가 무슨 대변인 짓이라니”라며 “대변인하고 있다는 말이었지, 다른 사람이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에서는 현장에서 한 시민의 발언을 황 대표가 옮기는 과정에서 언급했을 뿐, 문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대변인 짓’이라고 표현한 의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황 대표의 민생대장정을 수행한 전희경 대변인은 “현장에서 앞 쪽에 있던 청중의 발언을 황 대표가 옮기는 과정에서 오해가 불거진 것”이라며 “저희가 영상을 다시 확인해보니 황 대표가 명확하게 ‘대변인 짓’이라고 언급하진 않았다. 황 대표의 ‘대변인 짓’ 발언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했다.

전 대변인은 별도 논평을 통해 “독재의 후예 타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하는 ‘독재자’라는 비난이 그만큼 뼈저리다는 자기고백과 같다”며 “현 정부 집권세력은 정의, 민주, 인권, 평화를 독점한 세력이라 스스로를 포장하고 반대편은 적폐로 몰았다”고 했다.

전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 앞에 진정한 독재의 후예가 있다는 것을 새삼 상기시켜 드린다”며 “북한 김정은이야 말로 세계가 공인한 김씨 세습독재왕조의 후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무수한 목숨이 사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재의 후예라고 말해야 할 사람은 북한 김정은”이라고 강조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적반하장”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해찬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우리를 보고 독재세력이라고 적반하장격으로 말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제 우리가 역사의 주체가 돼서 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 민주당 없이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굳건히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회를 내팽개친 채 연일 전국을 순회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늘 인천에서 ‘제가 왜 독재자의 후예냐’고 핏대를 세웠다”며 “아무도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를 콕 찍어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도둑이 제발을 저린 격이 아니고서야 무엇이 그리 억울해 못 견디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황교안 대표는 한 술 더 떠 진짜 독재자의 후예는 김정은이라고 말해 달라,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 대변인 짓을 하지 않냐라고 발언하기까지 했다”며 “공당의 대표가 할 짓인가”라고 반문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1야당 대표로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역임한 분이 대통령께 금도를 지키지 못하고 막말 험담을 쏟아낸다”며 “황 대표가 이성 있는 언행을 사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의원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은 독재자다.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역시 독재자”라면서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정부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에) 퍼준 액수가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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