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일가족 사망 부검, 父 ‘주저흔’ ·딸 ‘방어흔’ …빚더미 탓 참극?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5월 21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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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일가족 3명 중 아버지와 딸의 시신에서 각각 ‘주저흔’(자해 과정에서 망설인 흔적)과 ‘방어흔’(공격을 방어하면서 생긴 상처)이 발견됐다고 21일 경찰이 국립과학수사 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전했다.

앞서 전날 오전 11시30분께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아버지 A 씨(51)와 어머니 B 씨(48) 딸 C 양(18)이 모두 숨져 있는 것을 자다 깬 아들 D 군(15)이 발견해 신고했다. 숨진 3명은 모두 한 방에서 발견됐고 각각의 목에서는 흉기에 찔린 흔적이 있었다.

사건을 수사중인 의정부경찰서는 이날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해 1차 구두소견을 받았다.

이에 따르면, 아버지에게서 ‘주저흔’이 발견됐으며 딸에게서는 ‘방어흔’이 발견됐다. 어머니의 시신에서는 주저흔이나 방어흔이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목에, 나머지는 몸과 목 등에서 각각 자상이 발견됐다.

신고자인 아들의 손에서는 상처 등 범행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방 바닥에 어머니와 딸은 침대 위에서 숨져 있었다. 외부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A 씨가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A 씨의 시신에 난 상처의 훼손 정도가 심해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중이다.

사망 시간은 20일 오전 4시~11시 사이로 추정된다. 아들 D 군은 새벽 4시께까지 학교 과제를 준비하다가 아버지와 잠시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전날 A 씨 부부와 딸은 함께 모여 거주중인 아파트 처분 문제를 두고 상의하면서 신세한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숨진 가족이 제2금융권 대출 등 억대의 채무 문제로 힘겨워했다는 주변인 진술도 확보했다.

A 씨는 7년 전부터 포천시에서 목공예 관련 일을 해왔는데 최근 불경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딸 C 양은 평소 부모님과 가정의 대소사를 함께 의논했다고 한다.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는데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국과수의 최종 부검 결과를 받아 정확한 사건 경위를 결론낼 방침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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