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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도 꿈쩍 않더니…프랑스 놀이터에 등장한 비둘기 천적은? [동정민의 파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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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도 꿈쩍 않더니…프랑스 놀이터에 등장한 비둘기 천적은? [동정민의 파리 이야기]

파리=동정민특파원 입력 2019-05-16 16:00수정 2019-05-1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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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근교 공원 놀이터에서 비둘기를 쫓으러 날아가는 매와 이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지난달 26일 프랑스 파리 근교 뇌이쉬르센의 마샬 마시아니 공원 내 놀이터, 오후 5시 경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가득 찬 이 곳에는 비둘기들이 쓰레기통과 사람 근처에서 먹이를 쪼고 있었다. 근처 건물 지붕 위에도 10마리 가량의 비둘기가 한가하게 앉아있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쫓아가도 살짝 날아올라 바로 옆에서 태연히 또 먹이를 쫓았다.

그 때 등장한 건 비둘기의 천적 매. 조련사가 훈련시킨 매가 등장해 벤치 위로 날아들자 주변에 있던 비둘기들은 순식간에 혼비백산 날아갔다. 아이들이 소리를 질러도 차가 빵빵거려도 꿈쩍 않던 비둘기들은 매가 5미터 거리에서 날개를 푸드덕거리기만 해도 바로 달아났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매를 활용해 비둘기를 퇴치하는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들에게 병균을 옮길 수 있고, 배설물로 곳곳을 더럽히는 비둘기를 쫓는 친환경적 신종 무기가 등장한 셈이다. 매라고 하지만 사람에게는 위험하지 않다. 비둘기들을 퇴치하기 위해 투입된 매는 비둘기 쪽으로 날아가기는 하지만 직접 공격하지는 않도록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람을 공격하는 매는 물론 없다. 이날도 비둘기가 모여 있는 곳 근처 의자나 놀이기구 위로 날아가거나, 조련사 두 명 사이를 왔다 갔다만 해도 근처 비둘기들은 날아갔다. 비둘기에게 매가 출몰하는 위험한 지역으로 인식해 다시 오지 못하게 하는 원리다.


매 조련사들이 차에서 매들을 꺼내든 장면. 매는 생후 1년이 안 되어도 훈련을 통해 비둘기 퇴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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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이쉬르센 시가 3년 전부터 매 조련 업체와 계약을 맺고 비둘기 퇴치 프로젝트를 시행 한 결과 비둘기 수가 급감했다. 뇌이쉬르센 공원 관리인 스테판 조든은 “사람들이 비둘기에 먹을 것도 주고, 쓰레기통도 있고 공원에 비둘기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매가 정기적으로 온 이후 크게 줄었다”며 “확실히 매의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이제 공원에는 매가 등장하면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몰려들 정도로 친숙해졌다.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온 파비올라 씨는 “매가 비둘기를 먹거나 하는 흉측한 방법이 아니라 생태계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쫓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대찬성”이라며 “아이들에게 전혀 위험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는 매와 함께 동네 골목으로 이동했다. 매 조련업체는 비둘기가 많은 3~4월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활동한다. 일주일에 3번 매가 출동하는데 시청에서 비둘기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알려주면 그 곳을 집중 공략한다.

매 조련사들은 골목을 돌아다니다 비둘기가 건물 베란다나 나무 위에 앉아있으면 그 근처로 매를 날려보냈다. 여지없이 비둘기들은 혼비백산 날아갔다.

뇌이쉬흐센 시 동네를 다니며 비둘기를 쫓는 과정. 조련사가 매와 함께 동네를 다니며 비둘기를 찾다가(사진 왼쪽), 베란다에 앉아있는 비둘기를 발견하면(사진 가운데), 매를 날려보내 비둘기를 쫓는다.(사진 오른쪽)


이 날 매의 마지막 종착지는 공원묘지. 묘지는 사람들의 방문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비둘기들이 아예 서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묘비가 비둘기들이 배설물들로 범벅이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람이 적은 이 곳은 매의 훈련지로도 종종 사용된다. 비둘기를 쫓으러 날아간 매는 조련사가 부르는 휘파람 같은 소리에 날아왔다. 매의 목에는 종이 달려 있었는데 이는 매가 나무 위로 날아갈 경우 조련사들이 잘 찾을 수 없어 소리로 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매 조련사인 장 뤽 스트레이트마테르 씨는 “매는 워낙 지능과 집중력이 뛰어나고 사회성도 좋아 훈련 습득 능력이 좋다”며 “매 년 두 달 정도 매가 출몰해 다니면 그 동네 지역에는 비둘기들이 다 떠난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엔에 따르면 프랑스 공군은 이미 30년 전부터 매를 직접 훈련시켜 전투기와 새가 충돌하지 않도록 활주로나 비행공간에 새들을 쫓아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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