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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매달 생활비 받지만… 위안부 할머니 ‘텅빈 통장’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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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매달 생활비 받지만… 위안부 할머니 ‘텅빈 통장’ 눈물

윤다빈 기자 , 박상준 기자 입력 2019-05-16 03:00수정 2019-05-1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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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원 정도는 통장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죽고 나면 조문객들한테 갈비탕이라도 대접하게….”

몇 년 전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A 할머니는 병세가 나빠지자 자신을 돌봐주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 관계자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하지만 A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나눔의집 관계자들이 할머니 통장을 확인했을 때 남은 돈은 없었다. 생전에 A 할머니 앞으로 나왔던 각종 지원금을 딸이 모두 가져가버린 것이다. A 할머니의 장례비용은 나눔의집 측에서 부담했다.

○ 지원금에도 통장 잔액은 바닥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여성가족부로부터 특별지원금 4300만 원을 일시불로 지급받는다. 여가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매달 140만 원가량의 생활안정지원금도 준다. 여기에 병원비와 간병비가 따로 지급된다.

또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원금이 나온다. 지원금 액수가 적지 않은 편이지만 몇몇 할머니들은 생활고를 겪는다고 한다. 가족 등 주변인들이 지원금을 모두 가져가버려 정작 할머니들이 가진 돈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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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인 B 할머니는 지난해 눈을 감기 전까지 경기도의 한 임대주택에서 혼자 살았다. 2012년부터 노환이 악화된 할머니는 혈당 수치가 정상치의 4배가 넘을 정도로 당뇨병을 심하게 앓았다. 할머니를 간병했던 원모 씨는 “할머니의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응급실로 이송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했다. B 할머니는 몇 년 전부터 “억지로 연명하고 싶지 않다”며 치료를 사실상 거부했다고 한다.

원 씨는 병원비 납부 등을 위해 할머니 통장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매달 지원금이 들어올 때마다 빠짐없이 돈이 인출됐다. 잔액은 거의 없었다. 할머니 돈을 인출한 사람은 아들이었다. 일본 정부가 10억 엔(약 108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의 지원금 1억 원도 아들이 챙겼다고 한다. 원 씨는 이런 상황을 여가부에 알렸다. 하지만 여가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나눔의집 관계자는 “할머니들 앞으로 나오는 정부 지원금을 가족들이 챙기는 경우가 전체의 90%는 될 것”이라며 “할머니 스스로 가족에게 주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부양 의무는 저버린 채 지원금만 챙겨가는 자녀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 화해치유재단 지원금 수령 41%가 대리서명

화해치유재단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했다. 생존 할머니 34명에게는 1억 원씩, 별세한 할머니 58명의 유족에게는 각각 2000만 원이 전달됐다. 하지만 생존 할머니들의 경우 이 지원금을 받는 데 동의했는지가 분명치 않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와 나눔의집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시민단체들은 화해치유재단 측이 할머니들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정의기억연대 관계자는 “할머니들이 노환으로 판단력이 떨어지거나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재단 측이 불쑥 찾아와 지원금 수령에 동의했다고 간주하고 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여가부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화해치유재단 지원금을 받은 생존자 34명 중 14명은 지원금 신청서를 본인이 아닌 보호자가 작성했다. 지난해 12월 별세한 이귀녀 할머니의 정부 지원금 2억86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모 씨(76)도 2016년 재단 관계자가 이 할머니를 찾아와 지원금을 신청하라고 권유할 당시 할머니와 함께 있었다고 한다.

여가부 “사용내역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어”

정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이 가족과 주변인들의 손으로 들어간다는 지적은 그간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원금 지급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생활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인 만큼 사용 내역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실태 조사에 소홀했다.


지원금을 가족이 아닌 제3자가 챙길 경우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여가부가 실태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여가부는 고 이귀녀 할머니의 후견인을 자처했던 김모 씨(76)의 지원금 유용 의혹도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측 제보가 있은 뒤에야 수사를 의뢰했다. 나눔의집 관계자는 “정부가 행정력을 발휘해 지원금 사용 내역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돈을 지급하면 끝이라는 태도만으로는 실제 할머니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가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건강이나 생활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한 달에 1회씩 할머니의 거주지로 등록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건강 상태 등 특이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마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할머니의 경우처럼 거주지가 서울 용산구이면서 경기 용인시의 요양병원에 입원할 경우에는 용산구 공무원이 용인에 있는 할머니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관리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윤다빈 empty@donga.com·박상준 기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여가부#지원금 관리#화해치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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