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0.3%…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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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5일 1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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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1~3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하고 설비 투자가 크게 감소하면서 한국 경제가 뒷걸음질쳤다.

한국은행은 25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0.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며 2017년 4분기(―0.2%) 이후 5개 분기만의 역성장이다. 1분기 기준으로는 2003년 1분기(―0.7%) 이후 최저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8%로 이 역시 2009년 3분기(0.9%) 이후 9년 만에 최저치였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1분기에 0.3%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시장 기대를 훨씬 밑도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성장률을 끌어내린 건 설비투자와 수출이었다. 전기 대비 설비투자는 ―10.8%를 기록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의 최저 수준이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에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포함한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한은 관계자는 “설비투자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0.4%포인트에서 ―0.9%포인트로 마이너스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2.6%, ―3.3% 성장률을 기록했다. 모두 2017년 4분기(―5.3%, ―5.6%) 이후 최저치다. 수출은 LCD를 포함한 전기 및 전기전자가, 수입은 기계 및 장비, 광산품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1분기 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지난해 이후 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지난해 말부터 수출둔화로 인해 경제성장의 모멘텀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부문의 지출도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정부의 연간 성장률 목표치(2.6~2.7%)와 한국은행 전망치(2.5%)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은의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인 2.3%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분기에 전분기 대비 1.5% 이상,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2.6~2.7% 성장해야 하는데 여전히 수출을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꺼져가는 한국경제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추경 확대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금리인하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 하강 속도가 빠른 만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모두 완화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고 추경규모도 지금 논의되는 6조7000억 원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면 점차 성장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김진명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 하강이 완화되고 미중 무역협상 등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이 낮아지는 2분기(4~6월)부터는 성장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며 “1분기 성장률 부진에도 전반적인 한국 경기 흐름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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