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명운 걸린 ‘오신환 사보임’…정국 태풍의 핵으로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24일 1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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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개특위서 '비토' 공언…4당 중 1표라도 이탈 시 부결
선거제-검·경수사권 등 패스트트랙 전체 무산될 위기
오신환 "단연코 사보임 거부한다"…지도부 선택 주목
손학규 "어렵게 추인된 안 헌신짝처럼 내버릴 없어"
사보임 강행시 바른미래 분열 넘어 분당 가속화 관측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사보임’ 문제가 선거제·검찰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오 의원이 24일 사개특위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힘에 따라 자칫하면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 열차’에 탈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키로 한 나머지 패키지 법안인 선거제 개편과 검·경 수사권 조정 처리도 불가능해진다. 오 의원의 사보임 여부에 패스트트랙의 명운이 걸린 셈이다. 사보임은 국회 상임위원회나 특위 의원을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전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각 당 의총에서 추인한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 법안 중 선거제 개편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각각 통과해야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 있다.

2개 특위 모두 재적위원이 18명씩으로 재적 5분의 3, 즉 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사개특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8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 등 패스트트랙에 합의한 여야 4당 소속 위원이 총 11명이어서 산술적으로는 특위 의결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사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 의원이 비토(veto·거부)를 공언함에 따라 패스트트랙 열차는 출발도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분열을 막고 제 소신을 지키기 위해 사개특위 위원으로서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당초 공수처 설치 자체에 반대했다가 당이 기소권 없는 공수처 설치로 입장을 정하자 이를 바탕으로 협상에 임해 왔다. 그러나 김관영 원내대표 등 당 원내지도부가 판사, 검사, 경찰 경무관급 이상에 대해 공수처에 부분적 기소권을 주는 방안을 합의해 오자 반대표 행사를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사개특위에서 오 의원을 비롯해 여야 4당 위원 중 한 명이라도 이탈자가 생기면 패스트트랙 지정은 부결된다. 오 의원의 사보임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이유다.

공수처 설치가 무산되면 선거제 개편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여야 4당이 합의한 나머지 패키지 법안도 패스트트랙에 태우기 어려워진다. 여야 4당 공조의 핵심인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이 절실하지 않았지만 일단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번 패스트트랙 협상에 임해 왔다.

표면적으로는 김 원내대표가 오 의원을 사보임하고 대신 패스트트랙 찬성 입장인 의원을 넣으면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당내 상황을 고려할 때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오 의원의 사보임이 바른미래당의 분열을 넘어 분당(分黨)으로 가는 촉매제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날 의총에서 불과 1표 차로 패스트트랙이 추인될 정도로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터였다. 이런 가운데 실제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이 이뤄진다면 패스트트랙 반대파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의 연쇄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

유 전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 뒤 “현재 바른미래당의 사개특위 위원이 두 명이고 정개특위 위원이 두 명인데, 오늘 결과가 당론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 사개특위 위원들을 사보임 할 수 없다고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을 안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저는 단연코 사보임을 거부한다”며고 못박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특위 위원은 임시회 회기 중에 원칙적으로는 사보임이 불가능하지만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으면 사보임할 수 있다

김 원내대표는 당 분열 우려를 의식해 일단은 오 의원의 사보임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설득에 나서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으로 오 의원을 만나 진의를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며 “어제 의총에서 민주적 절차로 추인이 된 만큼 합의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당에 소속된 의원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의원이 끝까지 패스트트랙 비토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결국 당 지도부가 사보임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경우 패스트트랙 열차는 정상적으로 시동이 걸리겠지만 바른미래당은 회복하기 어려운 내상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학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 의원이 ‘나는 반대표를 던질테니 사보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어려운 과정을 통해 추인 받았는데 헌신짝처럼 내버릴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원내대표가 적절하게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안다”며 “당을 대표해 나간 사개특위 위원은 당 입장을 의결에 반영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다. 내 소신이 있어서 반대하겠다는 것은 당에서 나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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