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장 안팎 북한인들 분주… “준비 잘되나” 묻자 인상쓴채 돌아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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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8년만에 정상회담]김정은 맞는 블라디보스토크 르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문을 하루 앞둔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는 겉으론 조용한 듯하면서도 북-러 정상회담 준비로 하루 종일 분주했다. 수송기에 실려 이날 도착한 김 위원장의 전용 차량인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 2대가 블라디보스토크 거리를 활보했고, 회담장 주변 도로엔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가 나란히 펄럭였다.

크렘린궁은 이날 북-러 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하며 “두 정상이 25일 만나 한반도 핵 문제의 정치적, 외교적 해법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8년 만의 북-러 정상회담,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만남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 회담장에 벌써 도착한 김정은 마이바흐

기자가 찾아간 정상회담장인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 교정은 잔뜩 흐린 날씨에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북측 인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계속 오가는 등 캠퍼스 곳곳은 회담 준비로 분주했다.

회담이 열릴 것으로 꼽히는 교정 내 S(스포츠센터)동 앞 도로 가로등에는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가 내걸려 있었다. 현지 언론들은 이곳에서 북-러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두 정상이 러시아 측에서 준비한 발레 공연인 ‘백조의 호수’를 관람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경비도 한층 강화됐다. 외부인의 S동 진입이 금지됐고, 입구엔 일제히 검색대가 설치됐다. 이날 오전 11시경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도착한 수송기 한 대에 실려 이송된 김 위원장의 전용차량인 마이바흐 2대는 극동연방대 내 호텔 앞 임시 천막 안에 주차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 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호텔 출입구에도 흰색 가림막이 쳐져 있었다. 임시 천막에서 나와 주위를 살피는 북측 경호원에게 “잘 준비되고 있느냐”고 묻자 인상을 쓴 채 아무 말 없이 천막으로 되돌아갔다.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문 이후 17년 만의 북한 최고지도자 방문에 현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캠퍼스에서 만난 현지 대학생은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일이 캠퍼스에서 벌어지게 돼 기대된다”고 했다.

○ 하노이에선 시찰 생략한 김정은, 러시아선 광폭 행보

열차 이동시간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은 23∼27일 4박 5일간의 방러 길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인 블라디보스토크뉴스, 코메르산트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23일 평양을 출발해 함북 나선에서 하룻밤을 머문 뒤 24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오전 10시)경 하산스키를 통해 러시아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오후 4, 5시경 도착할 예정이다. 25일 정상회담 후엔 26일 극동연방대에서 북한 유학생들을 만나고, 회담장 인근 프리모르스키 수족관, 러시아 태평양함대 군사역사박물관 등을 찾을 것으로 현지에선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25일 회담 이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지만 김 위원장은 ‘나 홀로 시찰’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푸틴 대통령은 24일 오전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별도의 일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오후에 출발한다고 해도 블라디보스토크의 시차가 7시간 빠른 것을 감안하면 24일 오후나 25일 오전 회담장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이미 블라디보스토크에 출장을 온 상태라 김 위원장과 24일 만찬을 가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블라디보스토크=황인찬 hic@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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