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수학으로 자연을 이해한 다빈치… 작품 속 숨은 원리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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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왼쪽 그림)과 ‘모나리자에 나타난 황금사각형.
‘최후의 만찬’(왼쪽 그림)과 ‘모나리자에 나타난 황금사각형.
5월 2일은 이탈리아 출신의 화가이자 천재 발명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서거 500주기입니다. 다빈치는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 등의 그림은 물론 다양한 공학 기구 설계, 해부학적 지식이 드러나는 인체도를 제작했습니다. 1519년 프랑스에서 타계한 다빈치의 사후 50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상훈: 다빈치 특별전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다고 들었어요. 이탈리아 사람 아닌가요?

엄마: 다빈치는 이탈리아 화가이긴 하지만 주요 그림 작품의 많은 수가 프랑스에 있단다. 말년을 프랑스에서 보냈기 때문에 두 나라에서 다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단다.

상훈: 언젠가 우리나라 전시회에서 본 인체 해부도와 비행기구가 생각나요.

엄마: 그 당시에는 구분이 없었지만 오늘날의 분야로 생각해 보면 회화, 조각, 건축, 수학, 과학, 발명, 해부학, 지질학, 천문학, 정치 등 13∼18개의 전문가로 여겨질 수 있다고 하니 대단한 사람이었지. 그동안 잘 몰랐던 수학자로서의 다빈치를 살펴볼까?

○ 수학과 예술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다빈치에게 수학은 자연을 이해하는 데 절대적인 열쇠였습니다. 다빈치는 특히 기하학과 비례의 주요 원칙을 광범위하게 탐구해 다른 학문에 적용했습니다. 선형 원근법, 대칭, 황금비, 기하학적 도형과 같은 수학적 아이디어는 예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작품에서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다빈치가 수학적 원리를 예술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 중 하나가 ‘선 원근법’입니다. 선 원근법에 필요한 세 요소는 평행선, 수평선, 소실점입니다. 물론 그는 단순한 선 원근법만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대기 원근법’을 통해 평면의 그림이나 표현에서도 물체가 관찰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자연에는 선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인간이 물체와 물체 사이를 명확하게 구별하기 위해 관습적으로 선을 그리는 것입니다. 그는 멀고 가까움을 표현하는 선 원근법을 이용하면서도, 당시의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물체와 물체의 경계를 이루는 윤곽을 선으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머릿속에서 윤곽선이 그려지게 했습니다.

‘최후의 만찬’에서는 이런 선 원근법이 잘 드러납니다. ‘모나리자’가 유명한 것은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볼 때마다 모나리자의 표정이 바뀐다는 점 때문입니다. 모나리자의 그림에는 그 어디에도 윤곽선이 없습니다. 다빈치가 대기 원근법의 원리를 모나리자에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 신성한 비례와 황금비


다빈치는 1400년대 말 수학자 겸 프란체스코 수도사였던 루카 파촐리와 함께 ‘신성한 비례’(De divina proportione)라는 책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의 논문인 ‘원론’(Element)은 1482년 출판돼 선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다빈치는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해 대부분의 수학 논문 작성에 사용된 언어인 라틴어를 몰랐습니다.

그 결과 다빈치는 그림을 매개로 기하학적 도형의 원리를 나타냈습니다. 다빈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유클리드가 플라톤 입체(정다면체)를 설명한 내용으로, 각 모서리에서 만나는 다각형의 수가 같은 3차원 도형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다빈치가 그림으로 표현한 플라톤 입체 연구에서 3차원 물체를 2차원으로 정확하게 나타내려면 미술 원근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다빈치는 파촐리의 신성한 비례를 위해 플라톤 입체 그림을 고쳐 그렸습니다.


‘황금비’는 예술과 수학의 연결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황금비는 시각적으로 가장 안정적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 이집트 시대부터 특별한 수였습니다. ‘신성한 비례’에서도 많은 부분 황금사각형과 황금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가로와 세로의 비가 a:b=(a+b):b인 사각형을 황금사각형이라고 합니다.(그림 참조)

이때 정사각형의 한 변(AB=AD)의 길이를 2라고 하고, 이등분 지점인 중점을 E로 하면 직각삼각형의 성질에 의해 (EC=EF=√5)가 되고, 황금사각형의 두변의 비,

이 값은 약 1.618로, 이를 황금비라고 합니다. 이 수는 무한히 계속되는 소수, 즉 무리수입니다. 황금비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신성한 비율로 여겨졌습니다. 황금비는 자연과 과학은 물론 예술에도 나타납니다. 파르테논 신전, 이집트 피라미드, 모나리자에서 황금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빈치는 수학에 대한 지식을 사용해 ‘이상적 비율’로 여겨지는 수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인간의 비율에 관한 그의 작품 중 하나는 ‘비트루비우스적 인간’(Vitruvian Man)입니다. 그림에서 사람을 둘러싼 정사각형과 원이 보입니다.(그림 참고) 팔을 옆으로 쫙 펼치면 키와 같으니 정사각형을 그리고, 원의 중심은 배꼽입니다. 수학의 사용을 통해 완벽한 인간 형태를 시각적으로 나타냅니다. 인간이 수학 법칙이 설명할 수 있는 완벽한 창조물이라는 믿음에서 온 것이지요.

다빈치는 고대의 인체비례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실제로 사람들을 데려다 실측해 기록했습니다. ‘양팔을 펼친 길이는 키와 같다’, ‘머리카락 끝 선에서 턱 끝까지는 키의 10분의 1이다’ 등의 설명은 그가 신체의 곳곳을 숫자로 계산하면서 사람의 몸을 기하학적 관점에서 계량화하는 고대 사상을 실험한 것입니다. 다빈치의 ‘호기심’과 ‘관찰력’은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줍니다. 국내에서도 다빈치 관련 강연 등이 진행 중입니다. 그의 다양한 회화와 조소, 공학 작품에서 수학을 찾는 재미를 느껴보기를 바랍니다.

박지현 반포고 교사
#레오나르도 다빈치#모나리자#최후의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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