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더이상 말로 하지 않겠다”… 취임 두달만에 장외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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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이미선 임명 강행]여야 ‘이미선 치킨게임’… 정국 급랭
한국당 “좌파독재 퍼즐 완성”… 20일 광화문서 집회후 靑으로
헌법재판관 9명중 6명이 ‘진보’… 靑 “이미선 낙마시켜도 野공세 멈췄겠나”
국회 표류로 민생법안 처리 ‘올스톱’, 여야정 상설협의체도 무산 가능성

여야대표 손은 잡았지만…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59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여야대표 손은 잡았지만…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59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말로 하지 않겠다. 이제 행동으로 하겠다.”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전자결재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불통이다. 뜻을 알아듣도록 이제 직접 가서 이야기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미선 재판관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결국 제1야당의 장외 투쟁으로 이어진 것. 여야가 끝을 알 수 없는 무한 충돌의 ‘이미선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종적을 감췄다는 우려가 나온다.

○ 한국당, 오늘 청와대 앞 장외 투쟁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이날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자 어느 때보다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혹시라도 문 대통령이 야당 의견을 수용해 지명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당 일각의 기대감은 삽시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추경호 한국당 전략기획부총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말이 더 필요하겠느냐. 싸울 것이다”라고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는 우리법연구회,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철저한 코드 사슬로 엮인 좌파 독재의 마지막 키(key)다. 결국 재판관 9명 중 6명이 친문(친문재인) 성향으로 채워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 당시 386운동권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지만, 이제는 그런 수고 없이 헌재의 위헌 결정 하나로 의회 패싱(건너뛰기)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한국당은 20일 ‘문재인 스톱(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투쟁에 1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게 1차 목표다. 한선교 사무총장 명의로 시도당에 발송된 공문에는 원내 의원은 200∼300명, 원외는 100∼200명씩 동원령이 떨어졌다. 드레스코드는 한국당의 상징색인 붉은색 복장과 소품이다.

특히 이번 투쟁은 황 대표 취임 후 첫 장외 투쟁인 만큼 당 지도부가 신경을 바짝 쓰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황 대표가 지극히 정치적 이벤트인 첫 대규모 장외 집회를 어떻게 소화하고 국민적 지지로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4월 국회의 향배도 달라질 수 있다. 한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현 정부와 맞서 싸울 ‘10인의 전사’(곽상도, 김광림, 김태흠, 최연혜, 주광덕, 백승주, 임이자, 김도읍 의원 등)까지 선정했다.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 외교안보 분야 등에서 투쟁력을 인정받은 의원들이다.

황 대표도 거침없는 발언으로 장외 투쟁 국면의 정치적 비중과 몸집을 더욱 키웠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출판행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차기 대선 대결 질문에 “여론조사에서 총리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며 “같이 해볼 만한 분들과 좋은 결과가 나올 때 아주 멋진 승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좌파들이 왜 황교안을 죽이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안 무서우면 안 죽이려고 하겠죠”라고 했다.

○ 야당의 국정 방해 vs 청와대의 국회 무시

물론 제1야당이 국회 안에서 정치적 해법을 찾기보다 국회를 박차고 나가는 장외 투쟁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 비판에만 골몰하면서 산적한 민생 법안 처리는 애써 눈감으며 국정을 방해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 나 원내대표는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겠다”면서 “일단 첫 장외 투쟁부터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야당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최소한의 정치적 명분도 제공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이미선 카드를 밀어붙인 청와대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더욱이 청와대는 이번 달 들어 두 차례 청문보고서 미채택 인사에 대한 임명 강행 과정에서 임명 시점을 예고까지 했다. 이는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과는 무관하게 인사를 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야당을 설득하지는 않고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임명하겠다’고 나서니 야당으로서는 더 격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조동호, 최정호 전 후보자는 낙마 수순을 밟았다”며 “하지만 다른 후보자들은 의혹이 충분히 소명됐기 때문에 임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만약 이미선 재판관을 낙마시켰다 해도 야당이 정치 공세를 멈췄겠느냐”고 반문했다.

극한 대립 속에 민생·개혁 법안을 처리할 4월 국회는 표류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을 위한 법안 논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논의는 국회에서 사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가 19일 오찬 회동을 갖고 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을 조율했지만 한국당은 불참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이미선 치킨게임’에 골몰하는 사이 정치가 산으로 가고 있다. 봄이 와도 정치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관석 jks@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자유한국당#장외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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