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은 중·러 밀착하는데 韓은 北만 바라볼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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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말 정상회담을 한다고 러시아 크렘린궁이 발표했다. 두 정상의 첫 대면이고, 북-러 정상회담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회담은 24,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회담 의제는 대북 지원과 러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 1만여 명의 송환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인 북한 노동자들이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라 올해 말 전원 귀국하게 되면 북한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

김정은이 러시아에 손을 내민 배경엔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공조 전선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러시아를 뒷배로 내세워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얘기다.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함께 가자는 친선 메시지를 보냈다. 중-러와 사회주의 연대를 통해 국제제재 파고를 헤쳐 나가면서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북-러 정상회담이 임박하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곧바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대북제재 공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남의 나라 일인 듯 지켜만 보고 있으며 미국과는 비핵화 해법을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미일 동맹이 밀월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한국에 장벽을 친 최신예 F-35 스텔스 전투기의 설계기밀 정보 등을 일본에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일본에 이런 특혜를 제공하려는 것은 한미동맹과 크게 달라진 미일동맹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선 미일동맹 강화가 절실하다는 일본의 의도가 먹혀든 것이다.

동북아 외교전이 치열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에만 매달려 끊임없이 경협 우회로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조야(朝野)에선 한미동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일본과는 최악의 관계다. 한미동맹의 내상(內傷)이 깊어지면 군사 안보 이외에 경제 등 다른 영역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 북한이 중-러와 밀착하는 비상한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빈틈을 보여선 안 된다. 방심하면 치열한 외교전에서 ‘코리아 패싱’이 재연될 수 있다.
#김정은#푸틴#북러 정상회담#스티븐 비건#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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