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술 먹어야 친해진다? 한국어 수업보다 어려운 ‘술 게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8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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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국에서 대학교 생활을 시작한 친한 동생을 만났다. 그 친구와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일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 물으니 ‘술 게임’이라고 했다. 예상 밖의 대답에 놀랐다. 필자는 동생이 한국어로 수업 듣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할 줄 알았다. 자연스럽게 과거 나의 학부 생활이 떠올랐다.

17세의 어린 나이로 한국에서 처음 대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당연히 학교에서 술을 권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20살에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술은 내게 ‘너무나 먼 것’이 돼버렸다.
물론 술을 안 마셨을 뿐, 한국 학생들이 술을 얼마나 잘 마시고, 술로 어떻게 노는지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특히 술 놀이와 관련해서는 규칙을 잘 모르는 유학생에게는 너무나 불리한 게임이었다. 잘못된 술 문화가 사회초년생인 대학생 때부터 시작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한국인들은 술을 같이 먹어야 정들고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과연 술이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 어른들은 이 같은 생각이 옳음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의식 없이 후세대에게 물려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술로 인한 여러 범죄들이 일어나면 심신미약 상태였다면서 가볍게 형을 내리는 것 같아 아쉽다. 왜 술 마셨다고 하면 벌이 가벼워지는지 알 수 없다.

TV, 인터넷에 등장하는 술 광고를 보면 대부분 술을 마시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이 연출한다. 뿐만 아니라 공중파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연예인들이 술을 먹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만 12세 이상 아이들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술이 등장한다. 이를 보는 아이들에게 ‘술은 어른들 세계에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며, 술을 마시면 사람들과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 같다.

술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술자리 문화의 문제점과 술 광고의 문제점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술 때문에 좋지 않은 일화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술 광고를 내는 주류회사들은 이를 보상해주지 않는다. 개인이 해결할 문제라며 나 몰라라 하게 된다면 잘못된 술 문화는 계속 존재할지 모른다.

필자는 서울역 인근에서 거주한다. 출퇴근 시간에 ‘초록병’을 안고 있는 수십 명의 노숙자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우리가 사회에서 감추고 싶은 이들은 한 때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을 텐데 하는 마음도 든다. 술에만 의존하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할 방법은 없는가 하는 생각도 수십 번 들었었다. 그렇다면 술을 종교적인 이유로 안 하는 나라에는 노숙자가 없을까?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적어도 술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적을 것이다.

해외는 어떨까? ‘한국만큼 술 광고를 대놓고 하고 있을까?’하는 질문에 필자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은 전 세계인들에게 ‘빠름, 빠름’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술 문화만큼 느리게 발전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 좋게 변하는 문화 중 하나는 바로 일회용 용품 안 쓰기를 위한 정부규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다회용 컵과 에코백을 소지하면서 쇼핑하게 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반대로 군대에서 1일부터 시행된 군 장병 일과 후 휴대전화 전면 허용 정책은 옳은 것일까? 필자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군인에게 휴대폰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군대의 고요문화를 그르치는 일이라 생각한다. 국민의 안전과 안녕을 최우선해야 하는 군인들이 무제한 요금제로 원하는 것을 하게 된다면 군대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필자는 한국 군대에 가본 적 없지만 남편과 아주버님 그리고 시어버지까지 모두 직업 군인 출신들로서 평상시에 군인과 관련한 일들에 대해서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 아직 실행 된 지 얼마 안 된 정책이지만 올바른 것을 하고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지켜야 할 전통과 문화가 있다. 역할과 위치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문화와 전통을 지키는 일이다.

그러나 술 문화는 이제는 안 지켜도 좋은 문화이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TV, 인터넷 상 술 광고를 ‘일화용 용품 사용금지령’을 내린 것처럼 규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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