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30분 시계’ 아래 안중근 동상 새로 세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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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역 기념관 2년만에 재개관

지난달 30일 재개관한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 입구에 새로 설치된 안 의사의 전신 동상. 동상 위 시계 조각품은 안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을 당시 시간인 오전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하얼빈=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지난달 30일 재개관한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 입구에 새로 설치된 안 의사의 전신 동상. 동상 위 시계 조각품은 안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을 당시 시간인 오전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하얼빈=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사형을 받은 아들에게 그녀는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31일 오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역 안중근 의사(1879∼1910) 기념관을 찾은 김민형 씨(25)는 안 의사의 모친 조마리아 여사가 했던 말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따라 읽어 내려갔다.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지난달 30일 재개관했다. 하얼빈역사 개축 공사를 이유로 2017년 3월 돌연 휴관 및 철거된 지 2년 만에 규모를 확대해 문을 연 것이다. 안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하얼빈역 플랫폼 현장의 표지도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사살 사건 발생지’라는 표지판과 함께 복원됐다. 기념관 안에서 통유리를 통해 저격 장소를 볼 수 있다. 기념관 입구에는 저격 시간인 9시 반을 가리키는 시계 조각품이 있고, 그 아래에 안 의사의 전신 동상이 새로 설치됐다.

김 씨와 함께 기념관을 찾은 허담 씨(26)는 “통유리 너머로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하얼빈역 1번 플랫폼 장소를 직접 보니 안 의사의 역사가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개관 이틀째이지만 관람객이 거의 없어 분위기는 한산했다. 중국은 안 의사 기념관 재개관 사실을 지난달 30일자 하얼빈일보 3면 가장 아래쪽에 1단 크기의 작은 기사로 짧게 알렸다.

원래 하얼빈역 남광장 방향으로 나 있던 기념관 정문 방향이 남광장 왼쪽을 향하도록 바뀐 데다 여전히 진행 중인 하얼빈역사 개축 공사 구역 안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공사 구역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다. 기념관으로 가는 안내표지도 없었다.

이날 기념관을 찾은 중국인 양취안위(楊全余·55) 씨는 “저녁 기차를 기다리다가 관리 직원이 알려줘서 여기에 왔다”며 “기념관 간판을 광장을 바라보는 정면에 달고 (역사에) 기념관 안내 표시를 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누가 어떻게 알고 오겠나”라고 지적했다.

양 씨는 “(안 의사는 일제에 대항하는) 반(反)파시스트 전쟁 중에 선도자처럼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해, 고난을 겪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며 “이런 정신이 매우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중국은 공식적인 재개관 기념행사를 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일 관계 개선으로 재개관 사실이 대대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현지 소식통은 “일본 정부는 기념관 재개관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관계는 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안 의사 기념관은 후세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30일 개관 당일 가족과 함께 기념관을 찾았던 동포 관람객은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해외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애국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얼빈=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안중근 동상#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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