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성찬수(가명·50)는 몇 년 전까지 혈압이 상당히 높았다. 지금은 수축기 혈압이 136㎜/Hg로, 정상치(130)를 살짝 초과하는 수준까지 낮췄다.
● 중년 비만은 만성 질병의 원인 성 씨는 비만과 비만 전 단계를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성 씨의 체격을 측정해보니 키 166㎝에 몸무게 70㎏이었다. 몸무게(㎏)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는 25.4였다. 아시아 기준으로 BMI 25 이상이면 비만이니 그는 ‘비만 환자’다. 다만 체지방이 차지하는 비율, 그러니까 체지방률은 20.1%로 비만 기준(남자 25%, 여자 30%)에 이르지 않았다. 체지방률 기준으로는 비만 전 단계인 ‘과지방’이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일까. 이 교수는 “중년은 체중보다 체형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허리둘레는 85㎝였다. 1년 전보다 8㎝가 늘었다. 위험 기준인 90㎝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경계해야 할 수치다. 이런 경우 내장지방이 많을 수 있다. 검진 결과를 보니 성 씨도 이미 경계 수준을 넘어 내방비만 단계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성 씨의 중성지방 수치는 상당히 높았다. 중성지방은 음식 섭취를 통해 얻은 당질과 지방산을 재료로, 간에서 합성된다. 음식 섭취량이 많으면 중성지방도 많이 합성되고, 체내에 쌓이면서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성 씨의 경우 중성지방 수치는 427mg/dL로, 정상(150mg/dL 미만)은 물론 경계(150~199mg/dL) 단계도 훌쩍 뛰어넘었다.
● 중년 비만, 소아-청년 비만과 다르다 뚱뚱해 보이거나 살이 약간 쪘을 때를 비만이라고 한다. 청소년과 20,30대 젊은층의 비만은 에너지 과잉과 활동량 부족이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중년의 경우는 다르다. 이런 요인 외에도 과음, 흡연, 스트레스와 같은 ‘사회적 요인’들이 비만을 유발한다. 게다가 그 비만이 나중에는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심근경색 등으로 이어진다. 이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성 씨는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은 식욕 억제제의 역할도 한다. 그러니 흡연자가 식사량이 적을 수 있는데도 ‘마른 비만’으로 진단된다. 이렇게 되는 이유가 있다. 중년 이후에는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매년 평균 1%씩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더 먹지 않아도 약 7000~1만3000Kcal의 열량이 몸에 축적된다는 이야기다. 이 열량을 소비하지 못할 경우 약 2㎏의 체중이 불어난다. 이 교수는 “젊었을 때는 음식 섭취를 줄이면 살이 빠지는데 나이가 들면 그렇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따라서 중년 이후에는 음식 섭취량을 줄이면서도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목적에 맞게 운동 강도를 결정해야 이 교수는 성 씨에게 “하루에 30분씩 운동하되, 1주일에 5회 이상 하는 게 좋다.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라”는 처방전을 내렸다. 성 씨처럼 중년 비만이 고민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운동으로 비만이 해소될까. 이 교수는 “누워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서 움직이는 게 일단은 좋지만, 목적에 맞춰 운동 강도를 결정하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다른 질병을 동반하지 않은 비만이며 체지방 감소를 목표로 한다면 낮은 강도로 오래 운동하는 게 좋다. 이를테면 시속 3~6㎞로 최소한 30분 이상 걷는 식이다. 만약 인지기능이나 치매를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다면 1시간 정도는 연속해서 운동해 주는 게 더 좋다. 이렇게 오래 유산소 운동을 하면 먼저 포도당이 연소된 후에 지방이 타게 된다. 근력 운동에는 많은 열량이 소비되기 때문에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함께 하는 게 체지방량을 줄이는 데 효과가 좋다.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늘리기 위해서는 운동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 교수는 “자신의 최대 운동 능력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60~80%의 중강도 혹은 고강도 운동을 해야 한다. 또 1주일에 3~5회씩 하되 3주 이상은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고강도 운동을 제대로 하는지 직접 측정할 수 있다. 최대심박수인 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후 운동 강도를 곱하면 된다. 성 씨의 예를 들면 운동 효과를 보려면 운동 직후 잰 1분 심박수가 102~136은 돼야 한다. 심박수가 여기에 이르지 못한다면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 효과가 적다. 일반적으로 근육을 만들기 위해 운동할 때도 중강도 혹은 고강도의 운동을 많이 한다.
운동 효과는 공복일 때 특히 높다. 다만 당뇨병 환자나 암 환자, 급성 감염환자, 심장질환자는 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일반적으로는 공복 운동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질병이 있다면 운동 강도와 시기는 의사와 상의하는 게 옳다.
▼ 간헐적 단식, 의학적으로 다이어트 효과 있는 걸까? ▼ 올해 초 한 공중파에서 간헐적 단식이 소개된 후로 이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정말 이 다이어트는 획기적인 것일까. 의학적으로 타당한 걸까.
간헐적 단식은 하루에 일정시간(12~24시간) 혹은 한두 끼니를 건너뛰는 방식의 다이어트다. 다이어트 원리를 요약하자면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다. 12~24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거나 두 끼니를 거름으로써 최소한 600~800Cal의 열량을 덜 섭취한다. 이런 생활이 유지된다면 체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수치에만 현혹돼서는 안 된다. 체중을 줄이고, 나아가 다른 질병까지 막는 다이어트가 되려면 지켜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이지원 교수는 간헐적 단식이 인기를 끌기 전인 지난해 9월, 이미 관련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전용관 교수팀과 함께 ‘간헐적 단식과 운동의 효과’를 연구해 국제 저널에 게재했다. 이 교수는 올해 초 공중파의 간헐적 단식 프로그램에도 의료진으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해 연구는 체질량지수(BMI) 23 이상의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크게 △간헐적 단식과 운동을 병행하는 A그룹 △간헐적 단식만 하는 B그룹 △운동만 하는 C그룹 △대조군인 D그룹으로 나눠 8주 동안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A그룹은 평균 3.3㎏의 체중이 감소해 단식그룹(2.4㎏), 운동그룹(1.4㎏)을 크게 앞질렀다. 허리둘레 또한 A그룹이 평균 4.1㎝가 줄어 운동그룹(2.9㎝), 단신그룹(2.1㎝)보다 복부 비만이 개선되는 효과도 가장 컸다. 혈당, 공복인슐린, 인슐린 저항성, 중성 지방 등 대사 지표도 A그룹이 가장 좋아졌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단식만 행한 B그룹의 경우 중성지방이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체중은 줄었지만 건강체질이 됐다는 뜻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단식을 통해 열량 섭취를 줄이니 지방보다 근육이 더 많이 빠져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 같다”라며 “간헐적 단식으로 건강한 몸을 얻으려면 반드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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