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으로 제동 걸린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6일 0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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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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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63)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26일 기각되면서 청와대로 향하던 검찰 수사에 일단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초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이번 주 중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52)을 소환해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 인선에 관여했는지 조사할 예정이었다. 또 신 비서관을 조사한 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개입했는지 순차적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신 비서관 소환 일정은 계획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우선 김 전 장관 영장이 기각된 사유를 분석한 뒤 영장 재청구 여부부터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장관 재임 중인 2017년 7월경부터 지난해 8월까지 청와대와 협의해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 인사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에 청와대 내정 인사 박모 씨를 앉히기 위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김현민 당시 상임감사를 표적감사 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또 상임감사 공모에 참여한 박 씨에게 면접 질문지를 미리 제공하고, 박 씨가 공모에서 탈락한 뒤 환경부 산하 기관이 출자한 민간업체의 대표가 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위계·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25일 오전 10시 15분경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했다. 105호 법정에 들어가기 전 김 전 장관은 “최선을 다해 설명 드리고,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한 마디만 했다. ‘청와대로부터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지시 받은 것이 있느냐’,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 사퇴 동향만 보고받은 것이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던 김 전 장관은 당초 법정 출석 전 간략한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장심사 직전 갑자기 계획을 변경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인 김진수 변호사(56·사법연수원 20기)는 “김 전 장관이 당초 준비한 바와 달리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4시 40분까지 이어진 영장심사에서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과 협의해 인사권을 남용한 정황이 분명한 만큼 추가 수사를 위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설명했다.

이에 김 전 장관 측은 “블랙리스트 작성이나 실행에 관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당한 사퇴 압박 또한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장관에게 부여한 정당한 인사권을 사용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위법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영장 심사가 끝난 뒤 김 변호사는 “검찰이 생각 외로 수사를 상당히 열심히 했다. (변호인단도) 충분한 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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