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엘리엇에 완승… 주총서 10개월전 패배 설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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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모비스 대표이사 선임… 그룹혁신 가속도
엘리엇 사외이사-배당案 무산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놓고 벌인 정 기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2일 현대차와 모비스는 각각 정기 주총을 열어 이사회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과 현금 배당 안건 등을 가결했다. 현대차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 3명은 참석 주식 수 기준 77∼90% 이상 찬성표를 받아 이사 선임이 확정됐다. 모비스 이사회 측 추천 인사 2명도 90% 이상의 찬성률로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반면 엘리엇이 양 사에 추천한 5명의 사외이사 후보자는 평균 20% 안팎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쳤다.

엘리엇이 현대차와 모비스에 요구한 총 8조3000억 원 규모의 현금 배당 지급 안건(우선주 포함)도 찬성률이 각각 13%, 11%에 그쳐 부결됐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와 모비스가 완승을 거둔 배경으로 ‘소통 강화’를 꼽았다. 현대차그룹 사정을 잘 아는 투자은행(IB)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시장과 교감을 시작했다. 주주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먼저 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엘리엇의 반대에 막혀 철회했던 때와는 대응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초 엘리엇으로부터 사외이사 선임과 배당 확대 등의 주주 제안을 받고 시장 설득 준비에 착수했다. 주주 제안을 공시한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5년간 45조3000억 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2022년에는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 7%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현대차가 목표 이익률까지 제시한 것은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이달 중순에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외부 투자자와의 공동 개발로 추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엘리엇 등 외국인투자가가 GBC 건립 추진을 두고 “비주력 자산에 투자한 잘못된 결정”이라며 비판하자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가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사내이사로, 모비스는 브라이언 D 존스 아르케고스캐피털매니지먼트 공동 대표와 카를토마스 노이만 이벨로즈시티 모빌리티 사업 총괄을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한 것도 외국인 주주의 요구를 고려한 것이다. 모비스가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모비스는 이날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노르웨이에 있는 노이만 이사를 화상 통화로 연결해 회의를 진행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며 수업료를 비싸게 치렀다. 기관투자가를 계속 만나면서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분석했다.

이날 현대차와 모비스는 주총 직후 이사회를 열고 정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의 대표로 선임된 것은 1999년 입사 이후 20년 만이다. 정 부회장은 모비스에서도 2002년 등기 이사로 처음 이름을 올린 뒤 이번에 대표 자리에 올랐다. 앞서 정 부회장은 기아차 주총에서도 9년 만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공식적으로 ‘정의선 시대’를 선언한 셈이다.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른 정 수석부회장은 그동안 이어오던 혁신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파격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의사결정 라인을 간소화했고, 주요 임원들과 직보 체계를 구축했다. 또 글로벌 권역본부를 만들어 각 지역이 자율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현대차 주주총회#엘리엇#사외이사 선임#정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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