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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택배기사, 밤에는 화가… CJ대한통운 원성진씨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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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택배기사, 밤에는 화가… CJ대한통운 원성진씨 화제

변종국 기자 입력 2019-03-19 03:00수정 2019-03-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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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중구지점의 택배기사 원성진 씨는 퇴근 후에는 대형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며 화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CJ대한통운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CJ대한통운 본사 로비에서는 특별한 그림 전시회가 열렸다. CJ대한통운 중구지점의 택배기사 원성진 씨(50)가 지난 1년 동안 그린 작품을 전시한 것이다. 전시회의 주제는 ‘파도’. 파도가 춤을 추는 듯한 그림, 해가 진 뒤의 바다, 해를 집어삼키고 있는 파도 등 1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됐다. 출근길 로비에서 형형색색의 그림들을 마주한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림을 감상하고 있었다.

원 씨는 “서울 만리동 주택가와 공덕동 택배 터미널을 오가며 일을 하면서도 늘 파도가 보고 싶었다. 파도를 화두로 사색을 하고 집에 가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어느덧 개인전을 열게 됐다”며 웃었다.

원 씨가 택배일을 시작한 건 2017년 2월이었다. 기업에도 다녔고, 사업도 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뛰어든 택배일이 이젠 직업이 됐다. 지금은 월 500만∼600만 원을 벌 만큼 수입도 짭짤하다. 하지만 원 씨에게 택배는 직업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렸을 적 못다 한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원 씨는 “어릴 적 내면의 목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지만 사는 게 바빠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그런데 택배 일을 한 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택배 일이 개인 사업자이면서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 보니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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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미술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누가 그림을 가르쳐 준 적도 없다. 하지만 그는 택배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무작정 텅 빈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림을 붓이 아닌 화도(그림용 나이프)로만 그린다. 원 씨는 “붓보다 화도가 그림 그리기가 더 편하고,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림의 느낌이 더 날카로우면서 거칠게 느껴졌다.

지난해 4월 그는 서울 종로구 삼청로 코소(COSO)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개인전을 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품을 들고 갤러리 수십 곳을 찾아다녔지만 작가 경력이 없던 그의 작품을 받아줄 리 없었다. 하지만 코소 갤러리에서 “일단 반나절만 그림을 걸어놓고 반응을 보자”고 제안했다. 전문적이진 않지만 독특한 색감과 화도의 터치를 신선하게 본 관계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그 인연으로 이달 26일부터 6일 동안 같은 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도 열게 됐다.

18일은 그의 첫 시집이 책으로 출간된 날이기도 하다. 시집의 제목은 ‘맴돌다가’였다. 다양한 인생 경험을 거치면서 써내려갔던 글귀를 모은 시집이다. 그는 시에 쓴 몇 개의 구절을 가져와 그림의 제목으로 쓰기도 했다. 펜으로 쓴 글귀가 그림으로 승화된 셈이다.

원 씨는 “나를 ‘그림을 그리는 택배기사’로만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며 “그림을 그릴 땐 화가요, 시를 쓸 땐 시인이요, 택배를 할 땐 그저 택배기사라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cj대한통운#택배기사#화가#원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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