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병자호란 끝낸 건 조선의 천연두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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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구범진 지음/403쪽·2만5000원·까치

병자호란은 인조가 청 태종(홍타이지)에게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린 치욕으로 기억된다. 참패한 까닭으로는 위정자들의 무능이 첫째로 꼽힌다. 그러나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책임을 묻기에 앞서 전쟁 자체의 실상에 주목한다.

저자는 당시 청군의 규모부터 기존 학설과는 다르다고 했다. 통설인 12만8000명은 조선 문헌 기록을 비판 없이 채택한 결과 생긴 오류라는 것. 청 측 기록을 바탕으로 보면 정규군 기준 약 3만4000명이라고 한다. 저자는 특히 만주어로 기록된 청나라 사료를 많이 활용했다. 청나라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조선에 적극 협상을 시도하고 서둘러 전쟁을 끝내려 한 건 천연두 탓이라고 봤다. 청군 진영에서도 천연두가 발병하자 청 태종이 이를 피해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는 것이다. 천연두가 조선을 구한 셈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병자호란#홍타이지의 전쟁#구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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