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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50여 개 언어 삼킨 영어, ‘세계어’로 우뚝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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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50여 개 언어 삼킨 영어, ‘세계어’로 우뚝 서다

유원모 기자 입력 2019-02-23 03:00수정 2019-02-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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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힘/멜빈 브래그 지음·김명숙, 문안나 옮김/504쪽·1만9500원·사이

15만 명이 쓰던 지역 방언에서 15억 명이 쓰는 세계공통어로
세계사와 영어의 성장 과정 소개… “영어 쓰는 디지털세대가 미래 주도”
영어는 15억 명의 사용자와 국제기구, 국제시장 등에서 사용되는 규모를 감안할 때 현재의 경제적 가치가 약 4조2710억 파운드(약 6171조4241억 원)로 평가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19세기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의 힘과 함께 20세기 들어 경제와 문화, 군사 등 전 분야에서 초강대국으로 거듭난 미국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영어 간판으로 뒤덮인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사이 제공
시작은 미미했다.

유럽 대륙 게르만족 중에서도 약 15만 명의 소수 부족이 사용하던 지역 방언에 불과했다. 반전의 계기는 499년. 로마제국의 버려진 식민지였던 잉글랜드에 게르만족이 이동해 오면서 본격적으로 상황이 바뀐다. 게르만족은 잉글랜드 원주민인 켈트족을 노예로 만들고, 덩달아 그들이 사용하던 ‘켈트어’ 역시 매장시킨다. ‘영어’는 그렇게 퍼져 나갔다.

실은 영어도 위기가 없지 않았다. 8세기 말부터 300년간 바이킹 전사들에게 공격을 당하면서 고대 스칸디나비아어에 흡수될 뻔했다.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지만 11세기 들어서는 프랑스어를 쓰는 노르만족에게 나라를 빼앗기고야 만다. 300년간 노르만족의 지배를 받는 동안 고대 영어의 85%가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인터넷의 70%는 영어로 돼 있다.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제통화기금(IMF) 공식어들 가운데 첫 번째가 영어다. 세계에 존재하는 6000여 개 언어 가운데 약 15억 명의 사용자를 가진 막강한 언어 권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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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어가 ‘세계어’로 우뚝 선 1500여 년의 여정을 소개한다. 저자는 영국 BBC에서 영어에 대한 교양 프로그램을 다수 제작한 PD.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세계사의 흐름과 함께 영어의 성장 과정을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묘사했다.

저자는 영어의 ‘다른 언어들을 흡수하는 능력’을 가장 중요한 열쇠로 꼽는다. 영어는 세계 언어 중에서도 가장 풍부한 어휘를 자랑한다. 그런데 절반 이상이 50여 개의 외국어에서 빌려온 차용어다. 프랑스어가 유래인 호텔(hotel), 바이킹족에게서 가져온 스마일(smile)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힘이 컸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17세기 아메리카 대륙에는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등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했다. 그러나 영국 청교도들은 다른 유럽인들과는 달리 교역이나 약탈이 아닌 정착을 위해 미국에 이주했다. 자신들의 새로운 터전에서 청교도들은 낯선 상황과 광활한 자연 풍경 등을 새롭게 묘사하기 위한 단어들은 만들어내야 했다. 발음에 있어서도 영국과는 달리 통일성을 갖게 되면서 결국 미국이라는 가장 중요한 상속자를 발판으로 만든다. 이후 20세기 미국의 폭발적인 경제 발전과 대중문화의 발달이 영어를 세계어로 위치시켜 놓았다.

저자는 미국영어가 영국영어보다 막강해졌듯이, 미래에는 영어를 제2언어로 사용하는 이들과 디지털 세대가 새로운 주도권을 가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독일에서는 휴대전화를 ‘mobile’이라고 하지 않고 ‘handy’라는 신조어를 사용하고, 휴대전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I love you’ 대신 ‘I luv u’를 쓴다. 이처럼 새로운 영어의 탄생이 오히려 영어의 자산을 풍성하게 할 것이란 분석은 설득력 있다. 한국어 및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대한 고민이 많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영어의 힘#멜빈 브래그#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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