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림 공, 더 멀리 비행… 박성현, 착지 후 20야드 데굴데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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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LPGA 두 장타자의 비결

박성현
총알같이 날아간 공이 280야드 가까이 떨어진 페어웨이 가운데 안착했다. 타구 방향을 좇던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지난주 미국 올랜도의 한 골프장에서 테일러메이드 클럽 테스트에 나선 ‘남달라’ 박성현(26)이다.

박성현이 2019시즌을 함께할 최종 클럽 피팅 작업을 마쳤다. 현장을 지켜본 관계자는 “마치 기계가 휘두르는 것 같았다. 심각하게 멀리 똑바로 갔다”며 웃었다. 최근 CF 촬영을 위해 박성현을 처음 만난 타이거 우즈도 박성현의 스윙에 ‘와우’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박성현은 지난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69.8야드로 한국 선수 가운데 1위였다. 전체 LPGA 선수 가운데는 6위.

김아림
LPGA투어에 ‘닥공’ 박성현이 있다면 국내 무대에는 ‘필드 여전사’ 김아림(24)이 있다. 김아림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드라이버 비거리 1위(259.2야드)를 차지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장타 맞수 박성현과 김아림. 흔히 골퍼의 자존심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비거리라고 한다. 부러움의 대상인 두 선수의 장타에는 이유가 있었다. 박성현과 김아림의 최신 스윙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했더니 둘 다 각자의 방식으로 장타에 최적화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비거리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는 클럽 및 볼 스피드, 론치 앵글(임팩트 직후 공이 날아갈 때의 초기 발사각), 스핀, 랜딩 앵글(공이 땅에 떨어지는 각도) 등이다.

박성현의 클럽 스피드는 시속 101.8마일이고, 김아림은 102마일이었다. 핑골프 강상범 마케팅부장은 “클럽 스피드가 100마일이 넘으면 여자 프로 중 매우 빠른 수준이다. LPGA투어 평균 기록은 92마일 정도”라고 했다. 한국미즈노 클럽피터 박재흥 팀장은 “두 선수의 데이터 편차가 거의 없다. 마치 한 사람의 자료처럼 보일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차이는 있었다. 공이 날아간 거리(캐리 거리)는 김아림이 255야드로 박성현(249.7야드)보다 길다. 하지만 공이 떨어진 뒤 굴러간 거리까지 포함하는 전체 비거리는 박성현이 270야드로 김아림(260야드)을 앞섰다. 박성현이 친 공이 땅에 떨어진 뒤 더 많이 굴러갔기(런) 때문이다. 주말골퍼들이 자주 하는 ‘시동 끄고도 잘 달린다’는 말이 박성현에게 해당된다. 공이 날아갈 때의 회전량(스핀 레이트)과 랜딩 앵글 때문에 이 같은 차이가 생긴다.

던롭스포츠 오창균 팀장은 “스핀이 지나치게 많으면 타구의 최고점이 높아져 높이 솟아오르지만 더 뻗지 못하고, 스핀량이 너무 낮으면 양력이 없어 체공 시간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박성현의 스핀 레이트와 랜딩앵글은 모두 김아림보다 낮다. 박성현의 공이 좀 더 완만하게 날아가고 완만하게 떨어지기에 땅에서 더 구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허리가 90도로 틀어지는 역동적인 스윙을 하는 박성현은 다운스윙 때 머리를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는다. 또 그의 넓은 스탠스는 공을 강하게 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백스윙 톱이 그리 높지 않은 김아림은 임팩트 때 체중을 확실하게 전달한다. 그는 더 강한 임팩트를 위해 체중을 왼쪽에 좀 더 싣도록 스윙을 교정하고 있다.

둘은 주말골퍼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샷의 일관성을 높이려면 그립을 손가락 한마디 정도 짧게 쥐면 좋아지고 감이 돌아온다. 티오프 직전 스트레칭을 할 때 반대로 스윙을 해보면 평소와는 반대쪽의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몸이 더 빨리 풀리는 것 같다.”(박성현)

“정타(正打)가 가장 중요하다. 나만의 팁을 알려드리면 티를 살짝 높게 꽂고 살포시 앉았다 일어나는 느낌으로 체중을 옮기면서 스윙하면 비거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팔로만 하는 스윙은 절대 안 된다.”(김아림)

지난해 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박성현은 “올해 메이저 1승을 포함해 5승 달성이 목표다. 2019년에는 비거리를 더 내고 싶다. 꾸준히 275야드를 보내면 골프가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KLPGA투어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김아림은 “내 장점인 비거리를 극대화하고 싶다. 안정적으로 5∼10야드 정도 더 쳐야 한다. 그래야 쇼트게임 부담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일반인들도 스윙 분석을 통해 구질과 비거리를 개선할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klpga 투어#lpga 투어#김아림#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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