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회사 흑자가 꿈”… 10년 만에 돌아온 노조위원장의 회한과 염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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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의 정일권 노조위원장이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가 떠나고 일자리가 없어지면 임금 투쟁도 의미 없다”면서 “쌍용차가 흑자를 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파업과 강제 진압으로 회사도 직원들도 만신창이가 됐던 쌍용차의 현직 노조위원장이 하는 말이라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2009년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하려는 회사 측과 이를 반대하는 노조가 맞서 77일간 직장 폐쇄와 공장 점거 등 극한 대립을 벌였다. 결국 파업을 끝내고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됐고, 지난해 9월 올해 상반기까지 남은 해고자 119명을 전원 복직시키기로 했으나 경영 상황이 더 좋아져야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2007, 2008년 당시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떠나려고 할 때도 노사가 소통해서 잘 해보려고 했는데 상급단체인 민노총이 ‘파업해야 한다’는 지령을 내렸다. 지부가 이를 어기면 징계를 받게 된다”고 회고했다. 노조원들의 조합비로 운영되는 상급단체가 오히려 회사를 파괴하는 결과로 내몬 데 대해 불만을 내비친 것이다. 쌍용차 노조는 파업 사태를 겪은 후 민노총을 탈퇴해 독립 노조가 됐으며 10년째 무분규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의 완성차 회사 5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하고는 외국계가 대주주다. 다행히 쌍용차는 노사 화합과 각계의 도움으로 작년에 3조7048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반면 르노삼성은 노사 갈등과 판매 부진 속에 르노 본사가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신차를 배정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만약 르노삼성이 신차를 배정받지 못할 경우 공장이 있는 부산은 지난해 한국GM이 떠난 전북 군산처럼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자본은 언제든 좋은 투자 조건을 찾아 떠나게 마련이고, 멍드는 것은 근로자와 가족들이다. 투쟁으로만 내닫는 민노총과,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으면서 ‘광주형 일자리’ 반대 파업을 벌이겠다는 현대차 노조는 쌍용차의 교훈에서 배워야 한다. 노사가 합심해 기업과 일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정부도 그 누구도 도와줄 방법이 없다.
#쌍용자동차#정일권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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