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톱다운 방식’ 核담판… 입 다문 北-美 강경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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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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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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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워싱턴에서는 ‘이전의 존 볼턴 같으면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대북정책을 펴도록 그냥 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돈다.”

과거 북-미 협상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전직 미 국무부 고위급 인사는 최근 백악관 내 초강경파인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북정책과 관련한 영향력을 과거보다 많이 상실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강조하며 ‘톱다운’ 방식으로 27일부터 시작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볼턴 보좌관과 같은 ‘초강경 회의론자’의 목소리는 사실상 실종되고 있는 상황. 1차 회담과는 다르게 이번 2차 회담에서는 실질적인 비핵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리비아 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을 강조했다가 회담이 열리지도 못하게 할 뻔했던 볼턴 보좌관의 입을 트럼프 대통령이 틀어막고 있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달 4일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대북 회의론자인 당신이 대통령의 낙관론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질문에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의 영예를 생각하면 (정책적) 패배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내부 영향력 싸움에서 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인정한 것. 그는 “대통령과 동의하는 것도, 동의하지 않는 것들도 있을 수 있는데, 결국 선택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백악관 내 강경론자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공교롭게 북한 내 강경파 인사들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5월 볼턴 보좌관을 실명으로 비판하며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김계관 제1부상은 2차 회담 국면에서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같은 달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리비아 모델’ 언급을 문제 삼으며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는다”는 담화를 발표했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 역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등장한 이후로는 뒷선으로 빠진 분위기다.

결국 북-미 정상이 ‘낙관적인 대화’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주 아시아 제3국에서 열릴 2차 북-미 실무협상에서 뚜렷한 결과물을 내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은 가급적 의견 폭을 줄이고 핵심 이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나 ‘통 큰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팜빈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12∼14일 북한을 방문하기로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레티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트위터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초대로 민 장관이 12∼14일 북한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 장관의 이번 방북은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회담을 전후해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국빈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민 장관은 리 외무상은 물론 김 위원장의 집사로 통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형식과 구체적인 일정, 숙소 등 세부적인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재 record@donga.com·신나리 기자

#북미 2차 정상회담#비핵화#트럼프#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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