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한의 전쟁史]〈44〉테세우스의 최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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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크 영웅전 첫 편의 주인공은 테세우스다. 그리스 신화의 대표적인 영웅이라면 헤라클레스, 메두사의 목을 벤 페르세우스, 그리고 크레타의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테세우스를 꼽는다.

이 세 영웅은 각각 도시전술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헤라클레스는 스파르타 왕조의 창시자로 간주되었다. 페르세우스는 미케네의 창시자라 하고, 이집트 출신이라는 말도 있지만 스파르타의 숙적인 아르고스 왕의 아들이었다고 한다. 아르고스인들은 페르세우스를 자신들의 선조라 내세웠다. 페르시아 전쟁 때 아르고스는 페르시아 편에 붙었는데, 자신들의 조상이 페르세우스라는 이유를 들어 페르시아와 혈연관계라고 둘러댔다.

그중에서도 테세우스는 영웅신화에서는 헤라클레스나 페르세우스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제일 중요한 영웅이다. 그의 도시는 아테네였다. 그가 등장하기 전 아테네 사회는 대단히 느슨한 정치조직이 지배하고 있었다. 페르세우스는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며 더 강력한 통합권력이 필요하다고 설득한다.

설득의 명분은 두 가지였다. 법을 수호하는 것과 전쟁에서 나라를 방어하는 것이다. 사회가 분화하고 약육강식의 시대가 시작되면 빈부갈등, 지역갈등이 발생한다. 이 역시 힘으로만 억누를 수는 없다. 그러나 힘이 없으면 법도 지켜지지 않는 법이다. 지역갈등을 조정하려면 더 상위의 권력이 필요하다. 전쟁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강한 적에게 맞서려면 지역연합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상위의 권력이 필요하다.

테세우스의 이야기는 국가와 권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이 권력을 용인하고, 지배에 복종하는 것은 단지 강압과 무력 때문만이 아니다. 질서의 유지와 생명과 재산의 보호라는 것이 모든 이에게 그만큼 중요하고 공통된 가치이기 때문이다.

테세우스 역시 다른 영웅처럼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그 이유 역시 누구보다 교훈적이다. 그렇게 얻은 권력과 전쟁을 사적으로 사용한 탓이다. 현자 플루타르크가 테세우스를 서술한 진짜 의도는 이 같은 교훈을 천년만년 되새겨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임용한 역사학자
#플루타르크 영웅전#테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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