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4개 후 버디 3개 ‘반전’… “사랑해요, 낚시꾼 골퍼” 환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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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성, PGA 데뷔전 분위기 후끈
“기본기 훌륭… 멋진 샷 많았다” 동반 라운딩 스타들 엄지 척
외신들 “최고의 신 스틸러”
“美 그린 너무 빨라 힘들었다”… 1라운드 1오버파 공동 111위

“폼 따라 해볼까?” 美 스포츠-영화 스타와 화기애애 최호성이 8일 열린 AT&T 페블비치 프로암 첫 라운드 17번홀(파4)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날린 뒤 낚싯대를 잡아채는 듯한 특이한 피니시 동작으로 타구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왼쪽 사진). 최호성이 자신의 클럽 구성에 관심을 보이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베테랑 제리 켈리(53)의 등을 드라이버 헤드 커버로 쓰다듬고 있다. 이때 동반 라운드를 펼친 에런 로저스(왼쪽)와 크리스 오도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미소 짓고 있다. 페블비치=AP 뉴시스
“폼 따라 해볼까?” 美 스포츠-영화 스타와 화기애애 최호성이 8일 열린 AT&T 페블비치 프로암 첫 라운드 17번홀(파4)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날린 뒤 낚싯대를 잡아채는 듯한 특이한 피니시 동작으로 타구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왼쪽 사진). 최호성이 자신의 클럽 구성에 관심을 보이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베테랑 제리 켈리(53)의 등을 드라이버 헤드 커버로 쓰다듬고 있다. 이때 동반 라운드를 펼친 에런 로저스(왼쪽)와 크리스 오도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미소 짓고 있다. 페블비치=AP 뉴시스
“오늘 초반 몇 홀은 무척 긴장했다. 첫 홀에서 어프로치샷으로 파 세이브를 해서 운이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았는데 전반적으로 퍼팅이 부진해 아쉬웠다. 그것 외에는 정말 뜻깊은 하루였다.”

꿈에 그리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무대를 처음 밟은 ‘낚시꾼 골퍼’ 최호성(46)이 8일 AT&T 페블비치 프로암 첫 라운드를 공동 111위(1오버파)로 마쳤다. 서로 다른 3개 코스를 돈 뒤 54홀 컷오프가 적용되는 대회이기에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10번홀까지 보기만 4개 기록하다가 11번홀(파3) 첫 버디에 이어 15번홀(파4), 16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낚은 뒷심에 기대를 걸어봐야 할 듯하다.

“다음 선수는 한국 서울에서 온 호성 초이(Ho Sung Choi)!”

미국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의 몬터레이 페닌술라CC(파71) 1번홀 티박스에서 장내 진행자가 최호성을 소개하자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모자에 손을 갖다 대며 갤러리의 환호에 고개 숙여 화답한 최호성은 첫 티샷을 날린 뒤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살피며 한쪽 다리를 높게 쳐드는 특유의 피니시 동작을 선보였다.

외신들은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최호성은 최고의 ‘신 스틸러’(scene stealer·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주연 이상으로 주목받은 조연)였다”고 표현했다.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필 미컬슨(이상 미국) 등 세계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했지만 대회 개막 이전부터 가장 관심을 받은 선수는 초청 선수인 최호성이었다”고 덧붙였다.

최호성은 ‘삼총사’ ‘여인의 향기’ 등에 출연했던 미국 영화배우 크리스 오도널과 2인 1조를 이뤘다. 최호성-오도널 조는 PGA투어와 챔피언스투어에서 3승씩을 거둔 제리 켈리-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스타 에런 로저스(그린베이) 조와 동반 라운드를 했다.

1라운드를 공동 87위(이븐파)로 마친 켈리는 “관중의 환호는 대단했다. 팬들이 최호성에게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것을 자주 들었다. 최호성의 스윙 기본기는 매우 좋다. 나도 그처럼 발 액션을 이용해 비거리를 늘릴 수 있는지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켈리는 “2라운드에선 최호성과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아내가 이어폰이 달린 번역기를 가져올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최호성에게 간단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로저스는 “최호성이 얼마나 골프를 즐기면서 플레이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오늘 멋진 샷을 많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메인 스폰서가 없어 이번 대회 연습라운드에서 ‘민모자’(모자 정면에 스폰서 로고가 없는 모자)를 썼던 최호성은 이날 페블비치 로고가 박힌 모자를 썼다. 이에 대해 최호성은 경기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나를 이곳 페블비치에 초청해준 것에 감사하는 의미로 이번 대회 내내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호성이 한 번의 연습라운드로 정규 PGA투어 대회 코스에 적응하기는 역시 무리였다. 최호성은 “한국과 일본 투어 경험은 많지만 그린이 너무 빨라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첫 라운드에선 브라이언 게이, 스콧 랭글리(이상 미국)가 공동 선두(7언더파)에 나섰다. 김시우(CJ)는 미컬슨과 함께 공동 3위(6언더파).

AT&T 페블비치 프로암의 경기 방식은 독특하다. 프로골퍼 156명이 타 종목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과 2인 1조를 이뤄 경기를 진행한다. 프로암 대회는 베터볼 방식(두 선수 중 좋은 스코어를 그 홀의 팀 스코어로 합산하는 것)으로 순위를 가린다. 프로 선수들은 별도로 자기 스코어만으로 순위를 따진다. 일반 대회와 달리 2개의 순위표가 존재한다. 사흘간 경기를 치른 뒤 공동 60위 이내에 든 프로 선수들은 같은 조였던 아마추어 없이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리는 최종 4라운드에 진출해 136만8000달러의 우승상금을 다툰다. 그렇다고 프로암 대회가 3라운드에서 끝나는 건 아니다. 3라운드까지 프로암대회에서 공동 25위 이내에 드는 같은 조 두 명이 나란히 4라운드에 합류해 별도의 우승 트로피를 노린다. 4라운드에는 최소 25명의 아마추어만이 진출하는 것이다. 지난해 테드 포터 주니어(미국)는 프로 우승을 차지했고, 프로암 대회에서는 케빈 스트릴먼(미국)과 NFL 스타 래리 피츠제럴드 조가 정상에 섰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
#미국프로골프#최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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