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 남편-검사 아내’ 찰떡 궁합… “이보다 더 좋은 친구 있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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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커플]<6>송수근-조희진 부부

송수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과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검장 커플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서울클럽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웃고 있다. 둘은 “젊은 시절 일로 바빠 제대로 신혼을 즐기지 못했는데 인생 2막을 맞은 지금 24시간 붙어 다니며 ‘제2의 신혼’처럼 지낸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송수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과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검장 커플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서울클럽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웃고 있다. 둘은 “젊은 시절 일로 바빠 제대로 신혼을 즐기지 못했는데 인생 2막을 맞은 지금 24시간 붙어 다니며 ‘제2의 신혼’처럼 지낸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맞선 자리에 엄마를 보내다니….”

1991년 7월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맞선을 보러 나온 여자는 기가 막혔다. 난데없이 양장 차림의 장년 여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남자의 엄마. 아들이 아파 대신 나왔다지만 ‘매의 눈’으로 자신을 뜯어보는 기색이 역력했다. “뭐 이런 인간이 있어.”

같은 시간 남자는 몸살로 끙끙 앓았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인 데다 주선자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어머니를 보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주선자가 여자에게 “괜찮은 신랑감이니 꼭 만나라”고 했다. 두 번째 자리에 남자는 또 늦었지만 여자는 남자가 밉지 않았다. 남자도 여자에게 끌렸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데이트를 즐긴 둘은 1992년 4월 결혼했다. 첫 여성 검사장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검장(57·사법시험 29회·법무법인 담박 변호사)과 송수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58·행시 31회·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이다. 지난해 9월 각각 변호사와 교수로 변신한 부부를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서울클럽에서 만났다.

― 첫 만남이 드라마네요.

“주선자가 당시 상사였던 이태창 전 법무연수원장의 사모님이었어요. 그분 잘못도 아닌데 계속 미안하다고 하셔서 다시 나갔죠. 억울해서 비싼 밥이라도 얻어먹으려고요.”(조)

“진짜 첫 만남 때 고깃집에 갔어요. 얇은 지갑에 1인분만 주문하려다 주인 타박에 2인분을 시켰죠. 투덜댔더니 아내가 ‘2차로 술을 사겠다’고 해요. 며칠 후 제가 ‘술을 얻어먹었으니 다시 밥을 사겠다’고 해서 인연이 이어졌죠.”(송)

조 전 지검장은 온갖 ‘최초’ 타이틀을 독식했다. 1990년 서울중앙지검의 유일한 여검사로 공직에 입문해 첫 여성 법무부 과장·부장검사·검찰 교수·지청장·검사장 등 법조계의 ‘여성 1호’를 꿰찼고 지난해 6월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28년간의 검찰 생활을 마쳤다. 남편의 외조는 이런 경력에 큰 힘이 됐다. 송 전 차관은 신혼집을 부인의 직장 근처에 마련했고 출산 후 많이 아팠던 아내를 위해 발 벗고 육아에 나섰다. 자신의 미국 인디애나대 유학(1998∼2000년), 뉴욕문화원장 재직(2007∼2010년) 때도 사실상 홀로 외아들을 키웠다.

― 외조에 눈뜬 계기는….

“출산 후 아내 몸무게가 30kg대였어요. 보기만 해도 안쓰러웠죠. 2009년 작고한 부친께서도 아내를 아끼셨어요. 제가 법조인이 되길 바라셨는데 며느리가 대신 꿈을 이뤄 드린 거죠. 아내에게 늘 잘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송)

“남편은 요리와 집안일을 다 잘해요. 냉장고 속 재료를 모아 만드는 ‘냉장고 파먹기’에 능하죠. 견과류 넣은 멸치볶음은 기가 막혀요. 이웃이 버린 화분을 가져와 꽃을 피운 적도 있고요.”(조)

― ‘잘난 배우자’와 살며 힘든 점도 있을 텐데….

“신혼 때 아내 동료들을 만났는데 자부심이 대단했어요. ‘검찰이 월급도 많고 벼슬로도 더 높다. 조 검사가 ‘급’을 낮춰 시집갔으니 잘 모시라’고 해요. 아내한테 피해가 갈까 봐 화도 못 냈어요. 술로 다 제압했죠.”(송)

“남편은 두주불사(斗酒不辭)예요.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와 많이 싸웠죠.”(조)

“문체부 동료들도 ‘센 마누라와 사는데 집에 놀러가도 되냐. 잡혀 살지 않냐’고 했어요. 일부러 2차 때 다 집에 데려갔죠. 아내가 자주 라면을 끓였는데 당시 동료들이 자랑해요. 검사가 끓여준 라면을 먹어봤냐며….”(송)

둘은 슬하에 1남(25)을 뒀다. 미국 스탠퍼드대 기계공학 석사를 마치고 군 복무를 위해 귀국했다.

― 자녀교육 비결은 어떤 겁니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직접 시범을 보이는 편입니다. 아들이 어렸을 때 피아노를 곧잘 쳤는데 좀 커서 멀리하기에 같이하자고 했죠. 그러다 제가 피아노에 더 빠졌어요. 2014년 ‘매력을 부르는 피아노’란 반주법 책도 냈죠.”(송)

“퇴근 후 산책을 즐기는데 어느 날 초등학생 2명이 아파트 주민의 자전거를 훔치더라고요. 끝까지 따라가서 아이들을 잡고 그 부모도 만났죠. 검사란 말은 안 했지만 ‘아이들을 이렇게 두면 안 된다’고 거듭 타일렀습니다. 결국 자전거를 주인에게 돌려줬죠. 학교폭력과 비행청소년 문제에 적극 나섰는데 그걸 아들이 좋게 봐주더군요.”(조)

부부는 최근 시련도 겪었다. 송 전 차관은 2017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전 지검장은 지난해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단장을 맡았다가 일부 후배의 비판을 받았다. 둘은 입을 모아 “시련이 부부 사이를 더 단단하게 했다”고 했다.

― 왜 그런가요.

“남편이 마음고생을 하던 시절 하루는 밤늦게 부엌에서 달그락 소리가 나기에 봤더니 갈비 핏물을 빼더군요. 다음 날 아침 저에게 먹여야 한다며…. 짠했어요.”(조)

“제 일로 아내 마음까지 불편하게 할 수 있나요.”(송)

“둘 다 할 말이 많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듯합니다. 책이든 뭐든 나중에 밝힐 기회가 있을 거예요.”(조)

― 젊은 세대에게 결혼에 관해 조언한다면….

“후배들에게 설사 이혼하더라도 결혼은 꼭 해 보라고 해요. 어떤 인생도 완벽하지 않아요. 가장 좋은 친구를 만날 기회를 포기하지 마세요.”(조)

“육아가 쉽지는 않죠.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커 나가는 겁니다. 아들 때문에 오십 넘어 시작한 피아노가 제 인생의 큰 기쁨이 됐어요. 아이를 통해 두 번째 삶을 산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덜할 겁니다.”(송)

하정민 dew@donga.com·최지선 기자
#송수근#조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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