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공룡 ‘오비랍토르’ 류의 신종 공룡 발견…식성도 밝혀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7일 0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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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새로 발견된 오비랍토르 류 공룡인 ‘고비랍토르 미누투스’의 생전 모습을 복원했다. 태어난 지 1~2년 된 어린 개체로 
두개골과 골반, 다리뼈 등이 일부 발견됐다. 두꺼운 주둥이를 지녀 조개 등 단단한 먹이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도윤 제공
몽골에서 새로 발견된 오비랍토르 류 공룡인 ‘고비랍토르 미누투스’의 생전 모습을 복원했다. 태어난 지 1~2년 된 어린 개체로 두개골과 골반, 다리뼈 등이 일부 발견됐다. 두꺼운 주둥이를 지녀 조개 등 단단한 먹이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도윤 제공
처음 발견될 당시 다른 공룡의 알을 훔쳐 먹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알 도둑’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깃털공룡 ‘오비랍토르’ 류의 신종 공룡을 국내 연구팀이 주축이 된 국제연구팀이 발견했다. 오비랍토르는 후속 연구 결과. 새처럼 자신의 알을 품는 모성애 또는 부성애 넘치는 공룡으로 밝혀지면서 공룡에 대한 이해를 바꾼 것으로 유명하다. 알 도둑 혐의는 벗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어 논란이 지속돼 온 이 공룡의 먹이를 추정할 수 있는 신체 특징도 발견됐다.

이성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연구원과 이융남 교수팀은 몽골과학원, 중국지질과학원 등과 함께 신종 오비랍토르 공룡 ‘고비랍토르 미누투스(Gobiraptor minutus)’를 발견해 국제학술지 ‘플로스원’ 6일자에 발표했다.

오비랍토르는 1924년 몽골에서 처음 발견된 수각류 공룡(앞발을 들고 날렵하게 움직이던 육식 또는 잡식성 공룡)이다. 뿔 공룡인 프리케라톱스의 것으로 추정되는 알둥지 위에서 발견돼, 초식공룡의 알을 훔쳐 먹은 알 도둑이라는 뜻의 현재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1990년대 친척뻘인 다른 종의 연구 과정에서 남의 둥지가 아니라 자신의 알을 품었던 공룡으로 확인됐다. 이 발견 덕분에 공룡은 알을 낳고 방치하는 냉정한 파충류가 아니라, 오늘날의 새와 비슷하게 모성애 또는 부성애 넘치는 동물이라는 인식 전환이 일어났다.

이번에 발표된 신종 화석은 당초 2008년 몽골 남부 고비사막에서 발견된 화석덩어리에 숨어있었다. 지난해 타계한 뤼준창 중국지질과학원 교수가 70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해 수장고에 보관해 둔 것을 2017년부터 이성진 연구원과 이융남 교수팀이 재발굴해 신종 공룡을 발견한 것이다.

이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신종을 발견한 것도 의의지만, 특히 논란에 빠져 있던 오비랍토르의 식성을 밝혀줄 단서를 발견한 게 가장 큰 의의”라고 설명했다. 오비랍토르가 알 도둑 누명을 벗었지만 이 공룡의 식성은 미궁에 빠져 있었다. 새 부리처럼 생긴 독특한 입 모양을 근거로 도마뱀이나 작은 포유류 등을 먹은 잡식성이라고 추정할 뿐이었다. 하지만 먹이를 추정하게 해 줄 이빨이 없고, 위 속 내용물이 화석으로 발견된 적도 없어 전적으로 추정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고비랍토르의 독특한 주둥이 끝 골격 구조와 당시 주변 환경을 바탕으로 식성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고비랍토르는 주둥이가 짧고 뭉툭했는데, 특히 주둥이 끝 부분이 매우 두꺼웠다. 이 교수는 “조개나 씨앗, 곤충 같이 단단한 껍질이 있는 먹이를 으깨 먹기 좋은 구조”라며 “작은 동물 외에 다양한 먹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화석이 발견된 7000만 년 전 몽골 지역은 강과 호수가 많은 습지로, 이 같은 먹이가 풍부한 환경이었다는 사실도 연구팀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1~2살로 추정되는 어린 오비랍토르 화석을 처음 발견했다는 점도 의의다. 연구팀은 화석 속 뼈의 조직 구조를 분석해 어린 개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몸 길이 1.3m의 매우 작은 개체로, 이렇게 작고 어린 개체는 뼈가 물러 화석으로 남기 힘든데 학계에 희귀한 사례를 보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신영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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