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홍역에 수두까지… 감염병의 역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감염환자 17만명… 5년새 2배로

최근 대구 파티마병원 등에서 비롯된 홍역 유행으로 22일까지 집계된 환자는 총 31명이다. 정부는 홍역처럼 전파력이 강한 질환을 ‘법정 전수감시 대상’ 감염병으로 분류해 환자가 발생하면 반드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전수감시 감염병 59종(결핵, 에이즈 제외)의 환자 수가 지난해 17만136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환자 수는 감시를 시작한 2001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이고,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와 어린이집, 병원이 바이러스와 세균에 무방비로 노출된 탓이다.

○ 열 내렸다고 등교시키면 다시 유행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감염병 전수감시가 시작된 2001년엔 환자가 3만2186명이었다. 2012년까지 5만 명 안팎을 유지했다. 그런데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된 2013년 환자가 7만2470명으로 불어나더니 2016년(10만4028명)에는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 20만 명 돌파가 예상된다.

환자 수를 크게 늘린 주범은 수두(지난해 9만6470명)와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1만9271명), 성홍열(1만5782명)이다. 이 3가지 감염병 환자 중 10세 미만 비율이 94%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등 집단생활을 하는 보육·교육기관이 ‘감염의 온상’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회복기가 바이러스나 병균을 옮기기 가장 쉬운 시기라고 경고한다. 볼거리에 걸리면 고열과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난 뒤 최소 닷새는 격리해야 전파력이 사라진다. 수두는 모든 물집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큰 증상은 이틀 정도 지나면 대부분 가라앉아 겉으로 보면 다 나은 것처럼 보인다. 이때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내면 다시 유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번 홍역 유행처럼 병원에서 주로 전파되는 감염병도 크게 늘었다. 여러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증은 2017년부터 전수감시 대상에 포함됐는데, 환자가 1년 만에 5716명에서 1만1918명으로 늘었다. 의료기구의 소독과 멸균 등 감염 관리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 근본 처방은 예방접종 강화

예방접종을 선진국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두 예방접종은 생후 12∼15개월에 한 차례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접종률이 2017년 기준으로 97.4%나 된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백신을 맞았는데도 수두에 걸리는 아이가 많아진다. 이른바 ‘돌파 감염’이다. 항체가 4∼6세 무렵 힘을 잃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은 이 나이 때에 다시 한번 수두 무료 접종을 한다.

전수감시 감염병 중 발생 2위인 볼거리는 생후 12∼15개월과 4∼6세에 총 두 차례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으로 예방한다. MMR 백신은 홍역과 볼거리, 풍진을 한꺼번에 예방하는 백신이다. 문제는 2001년 이 백신을 맞았다면 볼거리 항체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당시 국내에서 홍역 환자가 2만 명 넘게 발생하는 ‘홍역 대유행’ 사태가 일어나는 바람에 급하게 볼거리 항체가 없는 중국산 MR(홍역·풍진) 백신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에 유통되는 수두 백신 중 절반이 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백신 효과를 검증하고 접종 횟수를 늘려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홍역에 수두#감염병의 역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