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구자룡]중국의 ‘색깔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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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자오커즈 공안부장이 17일 전국공안청국장 회의에서 “색깔혁명을 막아 정치 안전을 보위하는 싸움을 잘하라”고 주문했다. 하루 전날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가 정치 안전의 수호 임무’를 강조했다. 중국 지도부가 이처럼 ‘정치 안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안팎에서 위기의 징후를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안부장의 ‘색깔’ 경보는 체코의 벨벳, 조지아의 장미,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키르기스스탄의 튤립 등 동유럽 정권들이 온갖 색깔의 꽃 혁명으로 무너진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중국당국은 2010년 12월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계기로 ‘아랍의 봄’이 시작되자 극도로 긴장했었다. 이듬해 1월 21일 ‘재스민 시위’가 예정됐던 베이징의 명동 ‘왕푸징’은 정사복 경찰이 가득 차 ‘경찰 반 시위대 반’이었다. 시위는 무산됐지만 1989년 톈안먼 시위 이후 잠복했던 정치개혁 목소리가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3월 중국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 종신 집권도 가능하게 되자 누리꾼 사이에선 ‘더 이상 우리의 주석이 아니다’는 글이 급속히 퍼졌다. 과거엔 상상도 못 하던 일이다. 개혁파 경제학자 우징롄은 최근 공개 세미나에서 “정부의 지나친 경제 개입이 옛 소련식 계획경제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공산당 총서기 후야오방의 아들 후더핑도 “소련 몰락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후야오방은 1987년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로 숙청돼 1989년 사망했는데 그의 죽음이 그해 6월 톈안먼 시위의 촉발 요인이었다.

▷중국은 빈부·지역·도농 격차에 소수민족 문제 등이 마른 장작처럼 쌓여 있다. 권력 부패도 심각하다. 그럼에도 공산당 1당 지배가 유지되는 가장 큰 명분은 “13억 인민을 굶기지 않고 경제가 급속히 성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6%로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더욱 내상(內傷)이 커져 체제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시 주석 스스로 21일 “공산당의 장기 집권이 복잡한 시련을 맞았다”고 할 정도다. 중국의 변화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중국#색깔혁명#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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