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없는 극장가에 웃음 바람… 한국 코미디 영화 훨훨 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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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봉한 영화 ‘내 안의 그놈’, 개봉 12일 만에 150만 관객 선택
곧 개봉하는 ‘극한직업’ ‘기묘한…’
조폭-신파로 버무린 과거와 달리 기발한 소재와 판타지로 시선 끌어

한동안 뜸했던 코미디 영화가 다시 살아날까. 철저히 웃음만 공략한 영화들이 연말 썰렁했던 극장가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영화 ‘극한직업’ ‘내 안의 그놈’ ‘기묘한 가족’. CJ엔터테인먼트·메리크리스마스·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한동안 뜸했던 코미디 영화가 다시 살아날까. 철저히 웃음만 공략한 영화들이 연말 썰렁했던 극장가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영화 ‘극한직업’ ‘내 안의 그놈’ ‘기묘한 가족’. CJ엔터테인먼트·메리크리스마스·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최근 뜸했던 코미디 영화가 하나둘 개봉하더니 박스오피스까지 점령했다. 9일 개봉한 ‘말모이’와 ‘내 안의 그놈’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극한직업’과 ‘기묘한 가족’ 등이 연달아 개봉해 흥행을 노리고 있다.

선두 주자는 연초부터 꾸준히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 ‘말모이’. 유해진이 주연을 맡아 소소한 웃음이 담긴 드라마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썼던 엄유나 감독이 ‘말맛’을 살리는 유해진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자극적인 액션이나 무거움은 덜고 웃음과 감동을 주는 ‘순한’ 영화다. 20일 현재 관객 220만 명을 넘었으며 손익분기점은 280만∼300만 명이다.

‘내 안의 그놈’은 개봉 12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을 넘었다. 영화는 우연한 사고로 고등학생 동현(진영)과 엘리트 건달 판수(박성웅)의 몸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다. 겉모습은 학생이지만 속은 ‘아재’인 동현의 모습에서 생기는 오해, ‘왕따’를 당했던 동현이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을 평정하는 모습이 유쾌하고 통쾌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내 안의 그놈’은 개봉 전 우여곡절이 많았다. 총 제작비가 45억 원으로 예산 150억 원대 대작들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장르도 최근 그다지 타율이 좋지 않은 코미디인 데다 스타 캐스팅도 없어 2017년 촬영을 마친 뒤에도 한참 동안 배급사를 찾지 못했다.

신생 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스’가 배급을 결정한 뒤, 1년 동안 오로지 관객 웃기기를 목표로 편집하며 꼼꼼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는 후문이다. ‘내 안의 그놈’ 홍보대행사 ROSC 김태주 실장은 “대규모 모니터링으로 어디서 웃음이 터지는지 관객 반응을 확인하고 그에 맞춘 편집 과정을 거쳐 철저히 웃음에만 집중했다”며 “코미디 문법에 충실한 점이 관객에게 통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연달아 개봉을 앞둔 영화 ‘극한직업’과 ‘기묘한 가족’도 과거 코미디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웃다가 울리는 신파나 조직폭력배가 등장하는 슬랩스틱 같은 기존 코미디 공식을 벗어난다. 기발한 소재나 판타지적 설정으로 색다른 웃음을 추구한다. ‘극한직업’은 잠복 수사를 위해 경찰 수사팀이 차린 치킨집이 전국구 ‘맛집’이 되어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렸다. ‘기묘한 가족’은 시골마을에서 갑자기 나타난 좀비와 살게 되는 가족의 이야기. 좀비에게 물리면 ‘회춘’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시끄러워진 동네를 그렸다.

코미디 영화의 연이은 흥행은 연말 개봉했던 대작들의 실패로 인한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박스오피스 1위 영화는 ‘신과 함께―죄와 벌’이었지만, 올해는 뚜렷한 대박 영화가 없다. 그 빈자리를 남녀노소 누구나 무난히 볼만한 영화가 채웠다는 것이다.

무거운 스릴러나 대작 위주로 쓴맛을 본 영화계에 다시 가벼운 영화 바람이 분다는 예측도 나왔다. 김대희 CGV 홍보팀 부장은 “영화 ‘완벽한 타인’ 흥행 이후 코미디가 잘 버무려진 영화가 주목받고 있다”며 “가볍고 즐거운 ‘소확행’ 영화의 흥행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코미디 영화#말모이#내 안의 그놈#극한직업#기묘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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