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먼지 하는데 나 먼지 아니야… 중금속-화학물질이 내 본색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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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주말 불청객 ‘초미세먼지’의 정체
안녕, 난 불청객 초미세먼지야 주말엔 ‘나쁨’ 정도로만 괴롭힐게

《먼저 사과부터 할게. 나 이번 주말에도 너희와 함께 있으려고. 정확하게는 20일 오전까지야. 그래 맞아. 나 초미세먼지야. 아휴∼ 인상 찌푸리지 마. 19일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이라더군.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 이번 주말은 13∼15일처럼 ‘매우 나쁨’은 아니니까. 그땐 좀 심했지? 나도 친구들이 그렇게 많이 몰려올 줄 몰랐어. 서울 일평균 농도가 역대 최고치인 129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까지 치솟았다며?

근데 왜 또 왔냐고? 이유야 뻔하지. 내가 좋아하는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쌓인 데다 남서풍이 불어 중국 등에서 지원군이 몰려오는 거지. 앞으로 쭉 같이 있고 싶은데 20일 오후에는 내가 젤 싫어하는 차가운 북서풍이 온다네.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가려는지…. 그래도 또 만날 거야. 그 말 들어봤지? ‘삼한사미(三寒四微·사흘 춥고 나흘 미세먼지가 짙은 현상).’ 그럼 주말마다 보자고∼.》

자, 이제 본격적으로 내 소개를 하지. 다들 내 이름은 알지? 그래 맞아. 초미세먼지(PM2.5)! 근데 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더군. 먼저 나는 그냥 먼지가 아니야! 갈매기살이 갈매기 고기가 아니듯 난 네 책상 위에 내려앉은 그런 먼지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그런데도 한국인들이 멋대로 내 이름에 먼지를 붙였으니 내가 열 받지 않겠어?

내 영어 이름을 보자고. Particulate Matter. 그래서 약자가 PM인 거야. 이걸 한국말로 풀면 ‘작은 입자의 물질’ 정도겠지. 정확히 말하면 대기오염물질에 탄소 등이 섞인 화합물이라고. 우리 ‘미세먼지(PM10)’ 형은 입자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야. 난 지름이 2.5μm 이하로 훨씬 작지. 그래서 ‘초’미세먼지라고 불리는 거야.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니 너희들 눈엔 보이지도 않아. 그럼 이제 너희들이 궁금한 걸 물어봐.

Q. 넌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거야?

A. 헐∼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너희 같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고선! 물론 꽃가루나 흙먼지 등으로도 만들어지긴 해. 하지만 보일러나 발전시설의 배기가스, 공사장의 날림먼지 등에서 훨씬 많이 만들어진다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지. 나의 사랑, 노후 경유차! 경유차에서 내뿜는 질소산화물이 나의 부모인 셈이지.

Q. 네가 요즘 부쩍 많아졌다고 느껴지는 건 왜지?


A. 하하하, 네 삶의 일부가 됐다니 기분이 좋네. 하지만 속상하게도 실은 내가 점점 줄고 있어. 못 믿겠다고? 수치상으로는 그래. m³당 서울시 초미세먼지 농도는 2000년 평균 46μg(마이크로그램)에서 2017년 25μg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오히려 1970, 80년대에는 스모그 현상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지. 네가 애독하는 동아일보를 찾아봐. 1989년 11월 27일자를 보면 ‘서울 스모그 갈수록 重症(중증)’이란 기사가 있잖아.

어쨌든 나는 줄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내가 많아졌다고 느낄까? 사실 나도 미스터리야. 사람들이 공기 질에 더 예민해진 탓이 아닐까? 또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바로 옆에 딱 붙어 있으니 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거야.

Q. 스모그나 황사도 네 형제인 거야?


A. 노노! 황사는 중국 내륙 네이멍구 사막에서 온 흙먼지야. 나랑은 차원이 달라. 비슷하게 생각 안 해줬으면 좋겠어. 스모그는 내 사촌쯤 돼. 스모그는 광범위한 대기오염 상태를 말하는 거거든.

Q. 왜 남의 나라까지 와서 우릴 괴롭히는 거야?


A. 남의 나라? 아, 중국! 우리도 모이면 어디 출신인지부터 물어봐. 보통 때는 30∼50%는 중국에서 왔더라고. 13∼15일처럼 전국이 ‘매우 나쁨’일 때는 최대 80%가량이 중국 애들인 경우도 있어. 하지만 그 애들이라고 여기까지 오고 싶었겠어. 그저 바람 따라 정처 없이 온 거지. 탓하려면 겨울철 중국에서 한국으로 불어오는 편서풍을 탓해야지.

나도 하나 물어보자. 중국 탓하면 뭐가 달라져? 아까 말했지. 난 석탄이나 석유를 태울 때 나오는 배기가스와 매연 등에서 많이 생긴다고. 한국에도 공장이 얼마나 많아? 화력발전소는 또 어떻고. 경유값 싸다고 경유차는 또 얼마나 많이 타고들 다니는지….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당장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라고.

Q. 넌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거야?

A. 내가 너희들에게 얼마나 몹쓸 놈인지 설명하려니 좀 민망하네. 일단 난 중금속과 유해화학물질로 만들어져 있잖아. 근데 또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아요. 코나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곧바로 폐로 슝∼ 들어간다고. 미세먼지보다 초미세먼지를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야. 나한테 오래 노출되면 기침이 잦아지고 천식,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수 있어. 그러니 어린아이나 노인, 임신부, 순환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나를 잘 피해 다니라고. 나니까 이런 얘기도 해주는 거야!

어때? 이제 나에 대해 파악이 좀 돼? 너희들이 나 싫어하는 거, 나도 알아. 나 때문에 어린애들이 귀여운 얼굴을 마스크로 다 덮고 다닐 때는 나도 좀 미안하더라. 그렇지만 뭐 어쩔 수 없잖아? 아직 겨울은 많이 남았다고. 이번 주말도 나와 함께 보내자고∼.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초미세먼지#중국#대기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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