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너무 가벼운 박원순 서울市政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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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을지로·청계천 일대 재개발로 을지면옥 등 오래된 맛집이 철거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어제 “보존되는 방향으로 재설계하는 방안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을지로·청계천 일대 노포(老鋪)를 보존하기 위해 이미 진행 중인 재개발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천만 서울시민의 애환이 서린 노포를 살리려는 노력을 폄훼할 이유는 없다. 다만 수도 서울의 도시계획이 갖는 무게도 고려해야 한다. 을지로·청계천 재개발은 2006년부터 시작된 세운재정비촉진사업에 따라 추진돼 왔다. 10개 정비구역 중 일부 구역은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2011년부터 9년째 시정(市政)을 총괄하고 있는 박 시장은 누구보다 이 사업의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박 시장의 한마디로 10년 넘게 인력과 자금이 투입된 사업이 갑자기 바뀐다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평소 도시재생에 관심을 보여 온 박 시장이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에 노포 살리기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는지 궁금할 뿐이다.

박 시장은 간편 결제 서비스 ‘제로 페이’ 사업과 관련해서도 “제가 해서 안 된 일이 거의 없다”며 “제로 페이 성공 여부에 대해 내기를 해도 좋다”고 말했다. 제로 페이는 가맹률이 10%도 넘지 못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며 박 시장이 추진한 정책 가운데 실패했거나 후퇴한 것도 적지 않다. 지난해 보류된 서울 용산과 여의도 통개발 정책도 그렇다. 박 시장의 발언으로 이 지역 아파트 값이 급등했다. 국토교통부가 제동을 걸었고 박 시장은 그 정책을 사실상 철회했다. 정책 성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 내기 운운한 것도 책임 있는 시장으로서의 농담치고는 지나쳐 보인다.

서울은 중앙정부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시정을 펼치려면 그만큼 능숙한 종합행정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 서울시 정책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백년대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박 시장의 최근 행보는 즉흥적이고 사려 깊지 못한 모습이다. 차기 대선을 너무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제로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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