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분열 씨앗 뿌린 무책임 정치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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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 했다 총리 사임 캐머런, 조기총선으로 리더십 위기 메이
존슨 前외교-코빈 노동당 대표에도 ‘통합 대신 잇속만 챙겨’ 비난 화살

왼쪽부터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테리사 메이 총리,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왼쪽부터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테리사 메이 총리,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15일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 투표가 진행되던 시각. 런던 하원 의사당 밖에서는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시민과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두 나와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캠페인 때부터 영국은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극심한 국론 분열을 겪고 있다. 그 재앙의 불씨를 뿌린 건 바로 정치인들이었다. 국가를 위한 통합보다 제 잇속만 챙기는 무책임한 행태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매한가지였다.

분열의 원죄는 보수당 소속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다. 그는 2013년 총선 공약으로 브렉시트 국민투표 승부수를 던졌다,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당내 의원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고, 어차피 국민투표를 해도 통과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선택한 선거용 전략이었다. 그러나 뜻밖의 가결로 국가 분열의 주범이 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뒤이어 총리직에 올라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이끈 테리사 메이 총리의 리더십은 이런 국가 분열을 해결하기엔 너무도 나약했다. 총선 승리를 이끌지 못하고 어부지리로 총리직에 오른 그는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불식하기 위해 지난해 조기 총선 카드를 던졌다. 브렉시트로 국론을 모아야 할 때 국가 분열을 가중시키는 불필요한 선거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마저 과반 의석 확보 실패로 리더십 위기만 자초했다. 지난해 11월 EU와 브렉시트 합의안을 이뤄냈지만 여야 모두 설득하지 못한 채 “이 안을 받지 않으면 노딜 브렉시트 재앙뿐”이라고 협박만 하다 15일 압도적인 표 차로 부결됐다.

보수당 내 강경파들도 무책임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탈퇴 진영을 이끈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이 대표적이다. 당시 탈퇴 진영은 난민 공포를 자극하며 브렉시트만 되면 EU 분담금을 아껴 무상 의료나 교육에 쓸 수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막대한 ‘이혼 분담금’과 기업과 인재 유출, 외국인 유입 제한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강경한 브렉시트를 주문하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 대표도 대안이 되지 못했다. 코빈은 메이 총리의 협상안을 무조건 반대하고 있으나 노동당 내부에서도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로지 메이 정권을 무너뜨려 자기가 총리가 되려는 욕심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영국#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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