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도 한국도 생각 못한 뒤집기…박항서에 취하다

  • 뉴스1
  • 입력 2018년 12월 16일 14시 20분


코멘트

2017년 10월 부임 땐 밋밋… 1년 만에 ‘신드롬’급 반향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10월18일 오후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선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 News1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10월18일 오후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선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 News1

박항서 감독이 지난해 10월 한국을 조용히 떠나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을 때만해도 사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국 내 반응도 잠잠했고 베트남의 분위기도 마냥 환영은 아니었다. 그런데 1년이 조금 더 지난 2018년 12월 분위기는 딴판이 됐다. 완벽한 뒤집기다. 박항서 감독 자신조차 예상치 못했을 승승장구와 함께 신드롬급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18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지난 11일 원정 1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던 베트남은 1승1무로 말레이시아를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지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올라선 스즈키컵 정상이다. 이로써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박항서 돌풍은 시원하게 1년 완주에 성공했다.

냉정히 말해 박항서 감독은 한국에서 내리막을 걷던 중이었다. 2015년 상주상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K리그에서 종적을 감췄고 다시 일선에 부임했던 것은 2016년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지휘봉을 잡으면서다. 그렇게 그의 지도자 커리어는 하부리그에서 마무리되는 듯했다.

때문에 박 감독이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을 이끈다는 뉴스가 전해졌을 때 안팎의 반응은 밋밋했다. 국내에서도 큰 이슈가 되지 못했고 베트남 내에서도 “한국의 3부리그(내셔널리그) 지도자가 대표팀 감독을 맡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대 목소리가 적잖았다. 하지만 부임 후 두 달 만에 변화의 단초가 마련됐다.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함께 맡았던 박항서 감독은 2017년 12월 M150 CUP U-23 국제 토너먼트 3·4위 결정전에서 앙숙 태국을 제압하며 여론의 공기를 바꿔 놓았다. 베트남 입장에서 태국은 꼭 넘고 싶은 벽이자 이기고 싶은 앙숙 느낌의 상대인데, 그들의 10년 한을 풀어준 결과였다.

그렇게 시작된 2018년은 신바람의 연속이었다. 박 감독의 베트남은 올 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들이 결승까지 오르는 과정 속에는 호주를 꺾는 파란도 있었고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에서도 연장혈투 끝에 1-2로 석패했다.

눈보라 휘날리는 결승에서 119분을 잘 싸우고 승부차기를 바라보던 상황이었는데 1분을 버텨내지 못한 아쉬운 결과였다. 그러나 당시 우즈베키스탄은 준결승에서 한국을 4-1로 대파하고 결승에 올랐을 정도로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가 자자했다. 그때 이미 박항서의 베트남을 향한 평가는 ‘기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출발이었다.

베트남은 여름에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아무리 U-23팀이 출전하는 대회라지만 베트남이 아시아 메이저대회에서 4강에 오르는 것은 예상 밖 성과였다. 조별리그에서는 일본을 꺾는 이변도 있었다. 준결승서 한국에 패하며 한풀이 꺾였으나 그들의 질주는 분명 놀라웠다.

세를 키운 베트남 축구의 돌풍은 2018년 마지막 해, 그들이 가장 중요시 여겼던 ‘동남아시아의 월드컵’ 스즈키컵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15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승리해 우승한 베트남 대표팀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2018.12.16AFP/뉴스1 © AFP=뉴스1 © News1
15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승리해 우승한 베트남 대표팀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2018.12.16AFP/뉴스1 © AFP=뉴스1 © News1

지난 1996년부터 시작된 스즈키컵은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동남아시아 최고의 축구대회로, 베트남 축구협회는 이 대회의 정상을 되찾고 싶다는 열망과 함께 한국인 지도자 박항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베트남은 지난 2008년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 이후 스즈키컵 결승전조차 밟지 못했는데 그 한을 풀었다.

베트남은 예선 1, 2차전에서 라오스(3-0)와 말레이시아(2-0)를 차례로 꺾었고 미얀마와 0-0으로 비기며 잠시 주춤했으나 최종 4차전에서 다시 캄보디아를 3-0으로 제압하며 3승1무, 8득점 무실점 1위로 4강에 올랐다. 그리고 준결승서 필리핀에 합계 4-2, 결승서 말레이시아를 합계 3-2로 따돌리고 그토록 원하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스즈키컵 기간 동안 베트남은 마치 2002년 당시 한반도처럼 뜨거운 붉은 물결로 넘실거렸다. 그때 한국이 그랬듯 그들의 꿈도 이루어졌다. 2002년 당시 히딩크 사단의 코치로 4강 신화에 일조했던 지도자 박항서는 2018년 겨울 감독으로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냈다. 베트남 내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국내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현지의 전언이다.

이러다 말겠지 싶던 박항서호의 돌풍이 1년을 고스란히 이어졌다. 기대 이상의 성과에 한국 팬들의 뜨거운 응원도 꼬리의 꼬리를 물고 베트남으로 향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5일 오후 SBS의 전파를 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스즈키컵 결승 2차전 시청률은 무려 18.1%를 기록했다. 베트남과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체를 놀라게 한 금자탑을 쌓은 박항서 감독이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