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통일이 된다면 중국-러시아는 어떻게 반응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4일 1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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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통일이 만약 이뤄진다면 두 개의 군대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정서적, 물리적 어려움이 있겠지만 한반도 내부의 군사적 긴장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파르게 국방비를 증액하고 있는 중국이나 군사대국 러시아와 바로 국경을 접하게 되는데 통일 시나리오에서 한반도 주변국이 군사안보 측면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A. 우선 질문의 답변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질문을 제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 분단된 한반도와 통일한국 중 어느 쪽이 그들 안보에 더 이익이라고 생각할까요? 둘째, 현재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아태 지역의 정책에 기초해 볼 때 통일한국의 동북아 안보환경은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될까요? 셋째,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통일한국과 국경을 접하게 된 후,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통일한국에게 무엇을 요구할까요?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다면, 마지막 질문은 통일한국의 적정 군사력 수준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요? 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남북 모두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데요. 중국은 1949년 북한과 조중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통해 사회주의체제와 안보에 대해 동일한 시각을 갖는 특별관계를 유지해온 반면, 우리와는 1992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면서 서로 다른 외교안보관을 인정하고 상호필요에 따른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이 1948년 최초로 외교관계를 맺은 국가였지만, 중국과 달리 탈냉전 이후 조소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폐기하고 2000년 자동군사개입 규정이 삭제된 경제문화기술 협력 내용 중심의 조러친선선린 협조조약으로 대체했고, 우리와는 1990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전략적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왔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국제정세가 변화되고 우리의 국가위상이 변화됨에 따라 이념과 체제중심의 외교에서 이익과 전략중심의 외교정책으로 전환하며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한반도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즉 남북 모두와 호혜적 관계를 유지한 채, 북한 문제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과 한미동맹을 맺고 있는 남한을 해양세력으로부터 대륙세력으로 끌어들이는데 중국과 러시아 모두 공동의 이익이 수렴하고 있는 셈이죠. 따라서 분단된 한반도 문제를 통한 영향력 행사가 통일한국으로 한반도 영향권이 줄어든다면, 그리고 통일한국이 해양세력 쪽으로 더욱 기울어진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아태지역에 대한 그들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점은 두 번째 질문과 연계됩니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하에 반접근/지역거부(AC/AD) 전략에 기초해 2025년까지 서해-남중국해-동중국해의 제 1도련선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경제력 확대와 더불어 서태평양의 괌 주변까지 설정한 제2도련선에 대한 원거리 작전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군사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035년까지 국방군대 현대화를, 2050년까지는 세계일류의 군사대국이 되겠다는 ‘강군몽’과 더불어 세계의 중심이 되겠다는 ‘중국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또한 꾸준히 동진정책을 추진해왔는데 푸틴 체제에 들어와서는 동방정책으로 명명되며 주로 에너지 가스 파이프라인과 철도 연결을 통한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는 한편, 중국과 선린우호협력조약을 통해 2011년부터는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2016년 중러 공동성명에서 북핵, 한반도 문제, 사드에 대한 공동입장이나 중러 군사연합훈련을 보면 한반도와 아태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견제를 위한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얼마나 잘 수렴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신형대국관계에 기초한 일대일로 정책에 아태 재균형 전략에 이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즉, 중국·러시아의 아태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인도-호주-일본의 십자 축 중심으로 역량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일본 또한 중국 군사력 증대에 대한 경계와 보통국가화를 지향하며 2012년 아베집권 이후 7년 연속 국방비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은 바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진행 될 것이고, 통일한국 역시 이 구도의 연장선상에서 안보환경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서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뿐만 아니라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과 러시아가 통일한국에게 무엇을 요구할까요? 철저한 자국 이익에 기초한 정책을 요구할 것입니다. 통일한국을 대륙세력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는 적어도 통일한국이 해양세력과 더불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최전선의 국가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통일한국의 군사적 역량과 주한미군,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 등에 대해 지금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입니다.

19세기 조선을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전략적 셈법에 따라 조선의 국내정치에 개입했던 청나라, 러시아, 일본을 떠올리면 국가들의 이익추구 본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남하정책의 중요한 교두보로 조선 국내정치에 개입하고자 했고, 청나라 리홍장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일본, 미국과 연대해서 러시아를 견제하고자 했으며, 영국이 거문도를 강점하자 조선은 세력균형 차원에서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으로 일본이 승리하자, 조선에 대한 배타적 권리는 일본이 차지하는 아픈 역사적 경험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통일한국의 외교정책과 국방정책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시사해준다고 봅니다.

19세기 조선과 비교해 볼 때, 21세기 통일한국의 정치, 군사, 외교, 경제, 문화적 역량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고 영향력도 증대했습니다. 그러나 통일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19세기와 변함없이 동일하다는 것이 통일한국의 도전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힘을 갖되 과대한 힘의 추구는 주변국을 고려할 때 현명하지 않고, 통일한국이 달성됐다고 해서 국방비를 최소화시킬 경우 주변국의 간섭과 영향력에 휘둘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통일한국의 자주성과 독립성, 나아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정 군사력과 동맹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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