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오늘과 내일/이기홍]끼리끼리 챙기다 문제 생기면 前 정권 탓
더보기

[오늘과 내일/이기홍]끼리끼리 챙기다 문제 생기면 前 정권 탓

이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8-12-13 03:00수정 2018-12-13 10:06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이기홍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KTX 사고에 대해 10일 “혹시라도 승객의 안전보다 기관의 이윤과 성과를 앞세운 결과가 아닌지 철저히 살펴보기 바란다”고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드디어 시작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임 뒤집기’의 물꼬를 대통령이 직접 텄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사퇴하면서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와 민영화, 상하 분리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그동안 방치된 것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사장 사표 반려운동에 나섰고, “사고 원인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철도정책”이라는 주장이 좌파진영에서 봇물 터지듯 나온다.

KTX 사고를 놓고 낙하산 경영진과 노조왕국 공기업의 기강해이가 빚은 안전사고라는 여론이 비등하던 차에 대통령의 한마디를 신호탄으로 전 정권의 우편향 정책 탓으로 흐름을 바꿔버리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이다.


KTX 사고가 노조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낙하산 경영자 아래서 빚어진 기강해이의 산물인지, 공기업 개혁의 부작용으로 인한 것인지는 아직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조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한쪽에 힘을 실어줬으니 진상조사와 결론 도출 과정이 영향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오 전 사장의 전 정권 탓은 뻔뻔한 것이다. 인력 감축으로 안전인력이 부족해서 사고가 빚어졌다는 게 그의 주장의 요체인데, 2015년 말 2만7981명이던 코레일 직원은 올 9월 현재 2만9602명으로 1621명 늘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889명 늘었다.

주요기사

그런데 문제는 증원의 질이다. 사람은 꽤 늘렸는데 안전을 담당하는 철도 시설정비 직원은 80명만 늘렸다. 차량정비 인력은 345명 늘었지만 다 외주다. 안전관리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실행력만 있었으면 안전 역량을 대폭 보강할 수 있었을 텐데 오 전 사장은 해고 여승무원 특채, 파업 해고자 복직, 남북철도 연결 전담 사업단 신설 등에 힘을 쏟았다.

철도노조 등이 비난하는 인력감축은 공기업 개혁 때인 2009년 5115명 감축 결정을 뜻한다. 그런데 당시 조치는 2012년까지 경부고속철 2단계 개통 등 신규 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기존 인력에서 재배치하고, 정년퇴직 등으로 매년 700¤800명 씩 자연 감소시키는 방식이었다. KTX 정비인력은 2004년 700여명에서 2010년 1200여명으로 늘었다. 코레일 전체의 차량유지분야 정비인력은 2014년 5173명(외주 535명 포함)에서 2016년 5262명(외주 822명), 2018년 5519명(외주 880명)으로 조금이나마 늘었다.

물론 2015년 대비 10.6% 늘어난 선로량 등을 감안하면 정비인력 보강 등 안전강화 조치는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 경제부처들이 일방적 목표를 하달하고 코레일이 거기 맞추느라 투자를 축소한 것이 안전역량을 떨어뜨렸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정부 출범 1년 6개월이 넘은 시점에서 이전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능과 딴짓을 자인하는 것이다.

오 전 사장을 비롯한 낙하산 인사의 배후엔 인사수석실이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생긴 인사수석실은 온갖 인사를 좌지우지하는데 현재는 시민단체 출신 수석 아래 2명의 비서관 모두 운동권 출신이다. ‘좌파끼리 챙겨주기’는 태양광 사업 등에서도 극에 달하고 있다.

밀어주고 당겨주는 끈끈한 관계를 그들은 동지애, 의리라고 한다. 하지만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권양숙 여사 사칭범에게 건넨 액수가 4억5000만 원에 이르고 취업 청탁까지 해준 걸 보면 진보진영 내의 호의는 참으로 손이 큰 것 같다. 그런데 의리와 비리는 동전의 앞뒷면이 될 수 있다. 낙하산 꽂아주기, 좌파 비지니스 밀어주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정작 들여다봐야 할 것은 아랫사람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식구 챙겨주기’의 폐단이다. 사회적 논쟁이 무르익기도 전에 대통령이 직접 프레임을 짜주길 바라는 국민은 없다.

이기홍 논설위원 sechepa@donga.com


#문재인 대통령#ktx 탈선#코레일#철도노조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

포토·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