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으로 96만 명 단기 일자리 창출”… 고용부냐 ‘통계개선부’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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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로 고용서비스 및 안전망 확충, 직장 내 갑질 및 채용비리 근절,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안착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고용부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이 고용서비스 및 안전망 확충이고 세부적으로는 실업부조 확대, 고용보험 혜택 확충, 공공 일자리 확대 등이다.

실업부조는 소득 하위계층 20만∼50만 명의 실업자에게 각종 취업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매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그간 출산급여를 받지 못했던 임시, 일용, 특수고용직, 자영업자 여성에게도 내년부터는 90일간 최대 150만 원까지 출산급여를 지급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 정도면 고용부가 일자리 늘리는 부처인지, 세금으로 복지 혜택을 주는 복지부처인지 헷갈리게 한다. 더구나 내년부터 실업급여 기간을 연장하고 지급 수준을 높이겠다고 하는데 고용보험기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언급도 없다.

올해는 실업률, 고용률, 취업자 수 증가 등 고용 관련 주요 지표들이 고용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악 수준이었다. 고용부는 이런 통계를 의식해서인지 3조8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단기 공공근로 일자리를 96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단기 임시직 일자리에 세금을 쏟아붓는 것은 고용 개선이 아니라 고용통계 개선 목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내년 주요 업무로 근로시간 단축 안착이 들어 있는데 노사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는 내년까지도 미룰 수 없는 코앞에 닥친 현안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나 국회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올해 내 처리될 수 있도록 주무 부처인 고용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물론 실업부조나 사회안전망 확충이 고용부의 매우 중요한 업무이긴 하지만 일자리 전체를 늘리고 유지하는 것보다 우선적인 정책이 될 수는 없다. 좋은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만든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고용부는 기업이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더 좋은 근로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만드는 게 주 업무여야 한다. 이는 독일 일본 등 선진 사례에서 보듯이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의 노동개혁이 없이 세계에서 가장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로는 이루기 어려운 일이다. 이 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업무보고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아쉬운 대목이다.
#고용노동부#실업부조#탄력근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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