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천 500만원 1인기업서 10년새 매출 186억 사업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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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2018 벤처창업진흥유공 청년기업가 대통령상 송성근 대표

《 참신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사업을 일구고 고용 창출과 사회 환원에 기여하는 창업가들이 주목받는 시대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벤처기업협회, 창업진흥원,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주관하는 ‘2018 벤처창업진흥유공 시상식’은 창업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기업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행사다. 올해는 벤처, 투자, 창업, 지식서비스 등 총 4개 분야에서 184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중 ‘청년기업가상’에는 120여 업체가 지원했고, 총 49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11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3명의 청년기업가를 만나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
 
‘2018 벤처창업진흥유공 시상식’의 청년기업가상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 대표가 11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018 벤처창업진흥유공 시상식’의 청년기업가상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 대표가 11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공영주차장에 놓인 컨테이너박스. 집이 경매에 넘어간 고등학생의 보금자리는 이 작은 공간뿐이었다. 뼈가 시리게 가난한 환경이 싫었던 소년의 장래 희망은 사업가였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한 2008년. 그는 지인에게 빌린 500만 원으로 ‘태양광 가로등’ 사업을 시작했다.

11일 ‘2018 벤처창업진흥유공 시상식’에서 청년기업가 부문 대통령상을 받은 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 대표(33)의 이야기다. 스스로를 ‘흙수저 출신 사업가’라고 소개한 그는 매출 186억 원(2017년 기준)을 달성한 회사의 경영자로 우뚝 섰다. 스물세 살 어린 나이에 창업을 시작한 이유를 묻자 “가난한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고 말했다.

그는 군 복무를 하며 창업을 연구했다. 온갖 서적을 탐독하며 인류의 위기를 해결하는 곳에 사업 아이템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가 추려낸 키워드는 △탄소 배출 △지구온난화 △재생에너지였다. 복학한 뒤엔 전자공학 전공을 살려 ‘태양광 가로등’ 사업에 뛰어들었다. 무일푼이었던 그에게 학교는 창업보육센터에 사무실을 내줬다.

사업 초기자금으로 빌린 500만 원은 어디에 썼을까. 그는 “건축박람회 부스를 빌리는 데 200만 원을 썼고, 고객에게 전할 카탈로그와 샘플을 제작하고 나니 돈이 떨어졌다”고 했다. 처음엔 파리만 날리던 부스에 손님들이 찾아왔다. 전원주택을 지으면서 가로등을 세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다.

지나치게 어리다는 건 사업의 장애물이었다. 앳된 외모의 청년이 제품을 권하면 “제대로 만든 게 맞느냐”는 불신의 눈초리가 돌아오기 일쑤였다. 일부러 나이가 들어 보이려 복장이나 외모도 노숙하게 꾸미고 다녔다. 명함도 대리, 과장, 대표까지 다양한 직급으로 마련해뒀다. ‘송성근 대리’라고 적힌 명함을 내밀고 친해진 뒤 “사실 제가 대표였습니다”라고 고백하면 모두들 깜짝 놀랐다.

창업한 지 1년 만인 2009년의 매출은 3억 원이었다. 첫 시도치고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그는 좀 더 욕심을 내 발광다이오드(LED)용 렌즈에 뛰어들었다. 태양광 가로등은 시장이 한정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14억 원에 이르는 부도를 맞았다. 계약을 맺은 업체들에 대금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눈앞이 캄캄했어요. 그래도 어릴 적에 하도 고생을 한 덕분인지 맷집으로 버틸 수 있었죠.”

송 대표는 우선 대금부터 전부 상환했다. 사채도 끌어 쓰고, 지인들에게도 돈을 빌리며 가까스로 위기를 막았다. 몸과 마음은 지쳤지만 업계에서 “젊은 사장이 아주 의리 있다”는 평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여기저기서 주문이 들어왔다. 플라스틱, 유리 등 렌즈의 단점을 극복한 실리콘 소재의 렌즈가 개발되고 난 뒤엔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올랐다.

그의 모교인 가천대 지하에서 1인 기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이제 임직원 60여 명을 둔 알짜배기 회사로 성장했다. 2016년 매출 85억 원에 이어 2017년엔 매출도 2배가 됐다. 송 대표는 “청년구직난이 심각한 시대에 일자리를 만들고 또 다른 청년창업가들을 위해 기부를 많이 했던 점을 좋게 평가해 주신 것 같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지역사회와 모교 후배들을 위해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총 7억5000만 원. 그는 “예전엔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서 창업했지만 이제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 앱에 채팅기능 탑재… 고객 90%가 외국회사, 장비용 특수코팅 기술 개발 年매출 115억원 ▼

‘2018 벤처창업진흥유공 시상식’의 청년기업가상 부문 국무총리상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센드버드코리아의 김동신 대표(38)와 반도체 장비용 코팅전문업체 그린리소스의 이종수 대표(36)가 뽑혔다.

김 대표는 2007년 소셜게임 업체 ‘파프리카랩’을 창업한 뒤 이를 일본 게임 업체에 성공적으로 매각했고, 2013년 메시징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드버드코리아’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의 센드버드 채팅 API는 모바일과 웹서비스에 메시징과 채팅 기능을 결합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그는 “메신저 업체가 아닌 회사들도 우리 서비스를 통해 최고 수준의 채팅 기능을 애플리케이션에 탑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의 80∼90%는 외국 회사다. 단 4명에서 시작한 이 업체는 임직원이 지난해 27명에서 올해 70명으로 늘었다.

위험이 따르는 창업을 과감하게 결정하고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이를 두 번이나 도전하게 된 원동력을 묻자 그는 “나이가 들어 잃을 게 많아지면 시도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며 “창업을 할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른쪽 팔에 'positive tenacity'(긍정적 집요함)’라는 글귀가 적힌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는 “모두가 비슷한 시점에서 위기를 겪고 멈춰 서지만, 정말 큰 기회는 그것을 뛰어넘었을 때 발견할 수 있다”며 “힘이 들 때마다 이 문구를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했다.

그린리소스의 이 대표는 공학도 출신의 남동생과 함께 2011년 창업했다.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 장비용 코팅분말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2017년부터는 특수코팅 기술까지 개발해 대만과 미국 중국 등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유독가스가 배출돼 부품을 부식시키기 쉬운 장비에 적용된다.

이전에 몸담았던 중소기업에서의 경험은 창업의 소중한 자산이 됐다. 중소기업 특성상 한 부서 업무가 아닌 다양한 일을 주도적으로 맡은 덕분이다. 자산관리사, 유통관리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사업에 필요한 지식도 채워 나갔다. 그는 장비 코팅 분야의 선발주자가 아니었음에도 연매출 115억 원(2017년 기준)의 회사를 일군 비법에 대해 “코팅 소재를 디자인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예비 기업가들에게 “국가 창업지원제도를 잘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제품 개발, 홈페이지 제작, 전시회 참여 등 모든 것이 소자본 창업자들에겐 굉장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주위에 창업자를 위한 정부 및 민간의 지원제도가 무척 많다. 어려워하지 말고 어디든 손을 내밀어 보라”고 당부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2018 벤처창업진흥유공 청년기업가 대통령상#송성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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