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인접해 美타격 쉽지않아… 北, ICBM기지 활용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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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영저리 미사일기지 확장”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북한 양강도 영저리(위쪽)과 회정리의 미사일 기지 위성사진. 연구소 측은 “새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이번에 발견된 기지의 형태는 출입구 5개를 가진 터널 공간 등에서 기존에 보고됐던 핵탄두 미사일 기지와 흡사한 구조를
 보인다”고 밝혔다. 자료:cnn.com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북한 양강도 영저리(위쪽)과 회정리의 미사일 기지 위성사진. 연구소 측은 “새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이번에 발견된 기지의 형태는 출입구 5개를 가진 터널 공간 등에서 기존에 보고됐던 핵탄두 미사일 기지와 흡사한 구조를 보인다”고 밝혔다. 자료:cnn.com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도 양강도 영저리 기지 인근에 새로운 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이라는 CNN방송 보도에 대해 군 당국은 6일 “한미가 지속적으로 감시해온 곳”이라고 밝혔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타격을 줄 만한 비밀 기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삭간몰 미사일 기지의 비공개 활동을 알린 지 한 달 만에 또 다른 미사일 기지 활동이 공개된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영저리 기지, ICBM용으로 업그레이드 가능성


북-중 접경지역에서 20여 km 떨어진 영저리 기지는 한미 군 당국이 1990년대 말에 최초로 식별한 뒤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해온 곳이다. CNN이 보도한 영저리 기지에서 약 11km 떨어진 회정리 지역의 공사 상황은 2012년 말부터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회정리 공사는 지금까지 진행 중이고, 지하벙커와 터널 등 미사일 관련 시설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북한의 비핵화 협상 전부터 한미가 공사 진척 상황을 쭉 지켜봐왔다는 것이다.

영저리 기지는 노동과 스커드-ER 같은 준중거리 미사일(사거리 1300km)이 배치 운용 중인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은 이곳에서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CNN은 영저리 일대에 건설 중인 지하 시설이 미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미사일(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도 이미 1999년 7월에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영저리 산악지역에 (ICBM급인)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은 2000년 이 기지에 접근하려고 했지만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의해 거부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전문가들도 그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저리 기지는 북-중 국경 바로 앞이라 유사시 미국의 선제타격이 쉽지 않아 ICBM 등 전략무기 기지로 ‘업그레이드’할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군 당국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이후 영저리와 같은 북-중 접경지역의 미사일 기지를 ICBM의 배치 운용지로 개량하는 작업을 진행 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회정리 일대의 지하 시설 공사도 이와 관련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CNN이 보도한 공사가 영저리 기지의 확장 공사인지, 회정리의 새로운 미사일 기지 건설인지는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대북 압박용 카드일까

북-미 간 대화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영저리 미사일 기지까지 공개되면서 미국 내 대북 압박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잇따른 미사일 기지 공개는 결국 북한에 비핵화 조치의 첫 단계가 ‘신고’라는 점을 주지시키는 행위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당국이 이미 알고 있는 미사일 기지들을 속속 꺼내놓음으로써 대북 압박용 카드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속도전을 견제하려는 워싱턴 일각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무부나 백악관이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려고 미 조야나 언론을 통해 대북 압박 카드를 꺼냈다면 이젠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막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상원은 5일(현지 시간) “북한이 불법 활동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때까지 제재를 가하는 것이 대북정책의 근간”이라고 명시한 ‘아시아 안심 법안(the 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ARIA)’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대북제재를 해제할 경우 그 이유를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평가 보고서 제출도 의무화했다. 대북제재를 의회 동의 없이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만으로 해제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영저리 미사일기지 확장#icbm기지 활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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