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답방 보채다 비핵화 길 잃어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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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어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관련해 “연내든 연초든 열려 있다. 북한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목표대로 올해 안 김정은 답방 성사를 추진하고 있지만 내년 초로 미뤄지더라도 북한이 서둘러 확답을 해주길 촉구한 것이다. 청와대는 연내 답방이 성사될 것에 대비해 숙소와 방문지 등 사전 준비에 들어갔고, 국회도 문희상 의장의 이달 후반 예정된 중동 순방 일정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대대로 김정은의 답방이 모든 국민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우리 정부가 무작정 보챈다고 될 일도 아니고, 연내에 성사됐다고 해서 큰 성과라고 자랑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김정은 답방은 남북 관계의 정상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일이다. 남북 정상이 9월 평양선언에 명시한 합의 사항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우리 대통령이 평양을 세 차례나 방문했던 만큼 대칭성 차원에서라도 답방은 성사돼야 한다. 김정은은 올해 안이든, 내년 초든 답방 일정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김정은 답방은 우리 내부적으로도 한 번은 넘어야 할 고개다. 남남(南南) 갈등을 유발할 뜨거운 이슈인 만큼 벌써부터 우리 사회에선 답방 찬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념 대립의 불씨가 되고 있다. 그만큼 진통 속에 이뤄질 답방이지만 그것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제대로 된 시각을 갖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도 어제 “김정은 답방을 꼭 끌어내야 한다”며 광장에서 ‘김정은 만세’와 ‘세습통치 반대’ 목소리가 함께 나오는 모습을 보여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학습시키는 기회로 삼자고 했다.

그러나 김정은 답방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순 없다. 모든 문제의 핵심인 북한 비핵화 없이 북-미는 물론 남북 관계의 진전은 있을 수 없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 “북한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며 비핵화 약속의 실질적 이행을 촉구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서울 정상회담에선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을 받아내기보다 북-미 간 중재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게 혹시라도 답방 성사를 위해 비핵화라는 전제를 건너뛸 수 있다는 식으로 읽혀선 안 될 것이다.
#김정은 답방#북한 비핵화#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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