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같은 노사관계 지속되면 한국기업들 다 해외로 떠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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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김용근 상근부회장 인터뷰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1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진행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기업을 옥죄는 제도가 많아지면 
‘기업 하기 두려운 나라’가 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국가도 성장 동력을 잃는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1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진행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기업을 옥죄는 제도가 많아지면 ‘기업 하기 두려운 나라’가 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국가도 성장 동력을 잃는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한국의 노동조합은 회사가 망하기 전 최대한 뜯어내려 하고, 설령 회사가 망하더라도 더 큰 기업이 회사를 사줄 것이라고 믿는다. 노조 지도자들이 이런 식으로 노조원들을 설득했고 실제 한국의 구조조정도 그런 식으로 이뤄져 왔다.”

노사관계에서 사용자 측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김용근 상근부회장. 1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머지않아 한국 기업들은 다 해외로 떠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부회장은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본부장을 거쳐 5년 동안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을 지낸 ‘산업 전문가’로, 7월 경총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이 임박한 시점에서 그는 노사관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매년 노동계는 총파업을 벌이고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경영계는 그에 대응할 수단이 없다.” 그는 이를 ‘힘의 불균형’이라며 “1987년 민주화 시절 만들어진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 관련 법, 제도들이 3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총에 따르면 한국은 다른 경쟁국에 비해 파업이 매우 쉬운 편이다. 김 부회장은 “파업 결의 정족수도 외국은 노조원 3분의 2인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과반수이고, 한 번만 결의하면 백지수표처럼 여러 번 파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외국은 파업을 할 때마다 새로 투표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아 파업 요건이 까다롭다. 김 부회장은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지만 국회에 대한 노조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노조의 인식과 시각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노조는 국제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자동차산업협회장 시절 선진국의 산업 현장과 노사관계를 접해본 그는 “외국은 회사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조는 임금을 양보하고 회사는 그에 화답해 고용을 창출하는 식의 틀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다’는 인식을 노사가 공유한다는 것이다.

세계 5위 생산국에서 최근 인도, 멕시코에 밀려 7위로 떨어진 자동차 산업에 대한 위기감도 컸다. 그는 우리 자동차 산업 위기의 원인이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대자동차 등 국산차 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2, 13% 정도다. 반면 우리 경쟁국들은 7, 8% 수준이다.” 김 부회장은 “결국 그 차이만큼 우리는 연구개발도, 부품사 지원도 할 수 없어 경쟁력은 떨어지고 양극화는 심화된다”고 했다. 생산성 측면에서도 “한국은 작고 저렴한, 부가가치가 낮은 차들을 주력으로 만들어 수출하는데 인건비는 세계 최고 수준인 기형적 구조”라며 “반드시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기업에 부담이 큰 협력이익공유제,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에 대해 “그것들이 정말 다 실현되면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기업 하기는 어렵다. 생산물량을 줄이고, 줄인 만큼 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만난 기업인들 중 인건비가 싼 동남아뿐만 아니라 미국으로 회사를 옮기는 방안을 고민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노사관계 지속#한국기업들 다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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