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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기자의 우아한] ‘특별한’ 협상이 불안해 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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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기자의 우아한] ‘특별한’ 협상이 불안해 보이는 이유

하태원 기자 입력 2018-11-20 14:59수정 2018-11-2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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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인 한국과 미국이 2~5년에 한번씩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중 하나가 방위비분담협정입니다. 2만 8000여명의 주한미군이 주둔하는데 드는 비용을 나눠 내기 위해 벌이는 협상이죠. 흥미로운 것은 이 협정의 영문명칭입니다. Special Measures Agreement(SMA)라고 부르는데 번역하자면 ‘특별조치에 대한 합의’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1991년부터 체결하고 있는 이 협정에 왜 ‘특별’이란 말이 붙었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시설·구역을 제외한 미군 경비는 미국 측이 부담’하도록 규정(제5조 1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건설 및 연합방위 증강사업 △군수지원비 등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협정이 된 것입니다.

2014년 1월 타결한 SMA가 올해 말 만료되기 때문에 한미는 2019년 분담금부터 적용될 분담금 액수를 정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양국을 오가며 벌써 9차례 머리를 맞댔지만 아직 타결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6월 서울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한미방위비문담협상 4차 회의 모습. 양측 수석대표인 장원삼 한미방위비협상대사(왼쪽)와 티머시 베츠 대사.


협상진행 중에 양국 정부는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한미동맹 정신에 입각해 이 문제를 다룬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협상장 안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집니다. 전쟁을 치르며 피를 나눈 동맹관계라고 하지만 국민이 내는 혈세가 투입되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섣부른 양보(?)’는 종종 심각한 국내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방위비분담 협상은 늘 피말리는 전쟁과 같았습니다. 한미 양국 당국자들 역시 쉽게 타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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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혈투를 벌이면서도 이 협상이 결국은 타결될 것이라는 믿음 또한 있었습니다. 한미동맹이 공고한 이유죠.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의 주둔이 한반도 방위에 필수적이고 한미 양국 정부 모두 접점을 찾기 위해 한 발짝 씩 물러날 의지도 있었습니다.

8차와 9차 협정기간에 주한미국대사로 재직했던 성김 필리핀주재 미국대사와의 인터뷰는 미국이 협상타결에 대해 갖는 낙관의 근거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필자가 했던 두 차례 단독 인터뷰 당시 김 대사의 발언 내용을 요약하면 “가장 공평한 분담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큰돈이 얽혀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나 자신도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과거 협상을 봐도 결국 양국 동맹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았다. 국방예산 삭감에도 미국의 한반도 방어 의지는 확고하다”는 취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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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논설위원이 만난 사람/하태원]취임 1년 맞은 성 김 주한 미국대사

② 성 김 주한美대사 인터뷰 “통일은 모든 한국인 열망… 미국도 적극 지지”

하지만 올해 분담금 협상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결론을 맺을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과거와 달라도 많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미국 행정부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죠.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상수로 보고 협상에 임했던 역대 행정부(적어도 1990년 이후)와 달리 주한미군의 철수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특별한’ 협정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하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미국의 요구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내년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의 규모가 최초로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참고로 올해 한국의 분담금액은 약 9602억원 이었습니다. 2014년 당시 미국은 1조원 이상을 요구했지만 성 김 당시 대사는 ”애초 요구한 금액(1조원 이상)대로 다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김 대사는 ”최종 금액이 얼마인지는 무척 중요하다“는 말도 했습니다.)




미국 협상대표는 한반도에 전개해 온 전략자산 투입의 비용을 ‘작전지원’ 항목으로 신설해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우리입장은 ‘반대’죠.

최악의 경우 연내에 협상타결이 되지 않더라도 주한 미군의 주둔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차피 할 것이라면 한미 양국이 더 큰 잡음 없이 적정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상대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은 여전히 마음에 걸립니다. 이미 타결돼 시행 중인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을 통해 조정한 트럼프입니다.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을 미국의 ‘부담’으로 여기고 있고, 1조원 가까이 분담금을 내고 있는 한국이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입니다.

남북관계의 발전과 북-미 비핵화 대화의 지속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한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신경이 쓰입니다.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대화를 조건으로 혹시 방위비 분담금을 더 이끌어 내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올해 들어 1년 여 간의 ‘한시적인 평화’가 이어지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자산 전개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입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고, 남북간의 합의로 비무장지대와 북방한계선(NLL) 주변 수역 등에 대한 비행금지 구역이 실시된 상황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진력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정착이 ‘특별한’ 협정 타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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