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민들,닛산 곤회장의 전격 체포에 분노·충격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20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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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닛산자동차의 부활을 이끈 카를로스 곤 회장(64)이 자신의 보수를 축소 신고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것과 관련해 일본 국민들은 큰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곤 회장이 체포된 다음날인 20일 닛산자동차의 쇼룸을 방문한 고객을 비롯해 곤 회장의 ‘재생플랜’으로 폐쇄됐던 공장의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높았다. 요코하마(?浜)시에 위치한 본사에 출근한 직원들도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카리스마’ 회장의 갑작스런 추락에 따른 충격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르노자동차 부사장이었던 곤 회장은 1999년 르노자동차가 판매 부진 등으로 경영 위기에 빠진 닛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닛산자동차 최고운영책임자(COO)으로 임명됐다. 이듬해 사장으로 승진한 곤 회장은 4200억엔(약 4조 2000억원) 가량의 자산을 매각하고 전체 사원의 14%에 해당하는 2만 1000명을 감축하는 과감한 ‘재생플랜’으로 닛산의 부활을 이끌었다.

2000년 498만대였던 르노·닛산자동차의 판매량은 2014년 800만대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6년에는 미쓰비시자동차까지도 인수해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을 결성해 세계 제2위 자동차그룹으로 도약했다. 곤 회장은 2011~2015년 자신의 실제 보수보다 약 50억엔(약 500억원) 가량 적게 기재한 유가증권 보고서를 제출한 혐의로 19일 긴급 체포됐다.

도쿄도(東京都) 무사시무라야마(武?村山)시에 있었던 닛산자동차의 무라야마(村山) 공장은 곤 회장의 ‘재생플랜’으로 2001년 3월 폐쇄됐다. ‘스카이라인’ 등 닛산자동차의 간판 차종 약 1000만대를 생산했던 무라야마 공장 터에는 현재 대형쇼핑센터가 들어서 옛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인근에서 녹차 등을 판매하는 모리타 가츠오(森田勝男·76)는 “닛산 관련 부품 공장들도 차례로 폐쇄되면서 이 곳에 집을 짓고 자리 잡은 직원들도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지 않을 수 없었다”며 폐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곤 회장이 자신의 실제 수입을 축소신고한 혐의로 체포된데 대해 “인정없는 사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라야마 공장에서 일했던 한 남성은 당시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須賀) 공장으로 전근하라는 회사의 명령을 항의없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닛산 부활을 위한 것“이라는 곤 회장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 남성은 ”이미 퇴직했지만 완전히 배신당했다“며 ”(곤 회장이) 속인 50억엔만 있었다면 설비 투자를 더 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편 도쿄 긴자(銀座에 위치한 닛산자동차 쇼룸 현관에는 20일 오전 10시 오픈 직후 ”당사 대표이사 회장 등에 의한 중대한 부정행위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사과문이 붙여졌지만 곧 떼어졌다. 이에 대해 닛산자동차 담당자는 ”이미 공개된 정보라 게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쇼룸을 방문한 후쿠오카(福岡)현 출신의 한 남성은 ”(닛산자동차의) 실적이 회복되는 가운데 발생해 놀랐다“며 ”곤 회장은 독재자라는 이미지가 있어 부하들이 제대로 의견을 말하지 못해 (일이 이렇게까지 된)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고베(神?)시 출신의 한 여성은 ”금액이 너무 커서 서민들로서는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열심히 일하는 (닛산자동차)의 직원들이 안됐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20일 일본 검찰이 곤 회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과 검찰 사이의 ’사법거래‘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지난 6월 도입된 이 제도는 용의자나 피고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알려주는 등 수사에 협조하면 구형량을 줄여주는 제도로 탈세, 담합, 분식 회계 등 경제 사건이 적용 대상이다.

곤 회장의 체포는 주식시장에까지 미쳤다. 전날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닛산자동차의 주가가 지난 주말 대비 8% 떨어졌으며 같은날 파리 주식 시장의 르노자동차 주가도 한때 15%까지 급락했다. 도쿄 증권거래소에서도 닛산 및 미쓰비시 자동차의 주식이 한때 7~8%까지 하락했다.

곤 회장의 체포로 닛산, 르노, 미쓰비시 연합에도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도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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