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없애려고 번호판·블랙박스 떼고 차에 불 질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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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20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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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 혈흔에다 번호판 없이 그을린 차가 신고 불러
“60만원 때문에” 동료 살해한 40대 하루 만에 검거

19일 오전 7시15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의 한 공터에서 번호판이 없는 차량이 발견됐다. 해당 차량 조수석에는 불에 그을린 흔적과 함께 다량의 혈흔이 묻어 있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날 오후 오후 4시55분쯤 임의 동행한 김모씨(45)로부터 살해를 자백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전모씨(37)와 돈 문제로 다투다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전씨의 시신은 이날 오후 6시20분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야산에서 발견됐다.(서귀포경찰서 제공)2018.11.19/뉴스1 © News1
19일 오전 7시15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의 한 공터에서 번호판이 없는 차량이 발견됐다. 해당 차량 조수석에는 불에 그을린 흔적과 함께 다량의 혈흔이 묻어 있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날 오후 오후 4시55분쯤 임의 동행한 김모씨(45)로부터 살해를 자백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전모씨(37)와 돈 문제로 다투다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전씨의 시신은 이날 오후 6시20분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야산에서 발견됐다.(서귀포경찰서 제공)2018.11.19/뉴스1 © News1

채무 문제로 동료를 죽인 40대가 시신을 버리고 살해 장소인 차량 방화까지 시도하며 증거 인멸을 꾀했지만 수상한 차량이 오히려 의심을 불러일으켜 금세 범행이 들통났다.

제주지방경찰청는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김모씨(45)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인 김씨는 지난 18일 오후 8시40분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에서 동료 전모씨(37)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를 토대로 사건을 정리해보면 김씨는 18일 오후 7시30분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채무 문제로 전씨와 만나 말다툼을 했다. 김씨가 빌려간 100만원 중 60만원을 갚지 않자 전씨가 독촉을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인의 차를 빌려 타고 나온 전씨가 술을 마시자 본인이 대신 운전을 해주겠다고 나섰고, 드라이브를 하자며 한경면 청수리 방향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고산에 세워둔 자신의 차에 있던 흉기를 챙겼다.

전씨를 조수석에 태운 김씨는 변제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지자 차를 세우고 흉기를 꺼내 전씨의 목을 찔렀다.

김씨는 전씨가 숨지자 인근 곶자왈에 전씨의 시체를 숨긴 뒤 차를 끌고 자신의 차를 세워둔 고산리로 향했고,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서귀포시 대정읍 숙소로 돌아온 김씨는 샤워를 한 뒤 인근 편의점에서 라이터 기름을 구입했으며, 전씨의 차량을 세워둔 고산리로 다시 향했다.

고산리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대정읍 영락리의 공터로 두 차량을 모두 옮긴 김씨는 전씨의 차량 내부에 기름을 뿌려 불을 피운 뒤 자신의 차를 타고 떠났다. 앞·뒤 번호판과 차량 블랙박스도 모두 떼갔다.

하지만 김씨의 의도와 달리 불은 금세 꺼져버렸고, 이튿날인 19일 오전 7시15분쯤 공터에 번호판이 없는 차량이 세워진 것을 이상히 여긴 주민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드러나게 됐다.

19일 오전 7시15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의 한 공터에서 번호판이 없는 차량이 발견됐다. 해당 차량 조수석에는 불에 그을린 흔적과 함께 다량의 혈흔이 묻어 있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날 오후 오후 4시55분쯤 임의 동행한 김모씨(45)로부터 살해를 자백받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모씨(37)와 돈 문제로 다투다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전씨의 시신은 이날 오후 6시20분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야산에서 발견됐다.(서귀포경찰서 제공)2018.11.19/뉴스1 © News1
19일 오전 7시15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의 한 공터에서 번호판이 없는 차량이 발견됐다. 해당 차량 조수석에는 불에 그을린 흔적과 함께 다량의 혈흔이 묻어 있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날 오후 오후 4시55분쯤 임의 동행한 김모씨(45)로부터 살해를 자백받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모씨(37)와 돈 문제로 다투다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전씨의 시신은 이날 오후 6시20분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야산에서 발견됐다.(서귀포경찰서 제공)2018.11.19/뉴스1 © News1
차량 안에서 불을 피운 흔적과 다량의 혈흔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차량을 빌려간 전씨가 전날 김씨를 만나러 갔다는 주변 동료들의 진술을 확보, 오후 4시55분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인력사무소 인근에 있던 김씨를 찾아냈다.

김씨는 범행 이튿날 새벽 5시 숙소에서 나와 평소 향하던 대정인력사무소가 아닌 한림인력사무소로 향해 태연히 일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대화가 잘 풀리면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잘 해결이 안됐다. 전씨가 빚독촉을 강하게 하면서 멱살을 잡길래 화가 나서 한 차례 찔러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흉기와 차량 블랙박스 등 증거품에 대해서는 “이동 과정에서 길가에 버렸다”며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19일 오후 6시5분쯤 청수리 야산에서 전씨의 시신을 발견해 수습했으며,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증거품 수색과 함께 20일 오후 4시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하려면 발화점과 공기가 있어야 하는데 밀폐된 공간이어서 화재가 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행히 차량이 불에 타지 않으면서 혈흔을 발견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차에서 미리 흉기를 챙긴 점에 비춰봤을 때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흉기로 찌른 횟수도 한 차례가 넘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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