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만 학생 뽑게하겠다’ 블룸버그, 존스홉킨스대학교에 2조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9일 1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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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 대학을 빼면 모든 미국 대학이 입학지원서를 평가할 때 학생들의 학비 지불 능력을 고려합니다. 저소득 및 중간소득 출신의 뛰어난 지원자들의 입학은 거절되고, 그 자리는 더 큰 지갑을 가진 가정(부유층) 출신에게 돌아갑니다. 이런 일이 네브래스카 농부의 아들, 디트로이트 워킹맘의 딸을 아프게 합니다.”

2020년 미국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76)은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내가 대학에 18억 달러(약 2조276억원)을 기부하는 이유’라는 칼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부유층에 상대적으로 더 관대한 미국 대학의 입학 관행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실력으로만 대학 신입생 뽑자”며 2조 원 기부

하버드대 라지 체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12개 일류 대학의 학생 중 소득 하위 50% 가정 출신 학생보다 소득 상위 1% 출신이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버드대의 경우 아시아계 지원자에 대한 차별 소송 과정에서 주요 기부자 자녀 등을 ‘입학처장 리스트’로 별도 관리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교육기관 기부액 중 역대 최대인 18억 달러를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면서 기부금의 사용처를 ‘학부생을 위한 장학금과 기금’으로 지정했다.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니게 하고, 학교도 재정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실력으로만 학생들을 선발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나는 운이 좋았습니다. 부친은 연간 6000달러 이상을 벌지 못하는 경리사원으로 일했지만 나는 존스홉킨스대를 국가안보 학자금 대출과 학내 아르바이트 수입 등으로 다닐 수 있었습니다. 존스홉킨스 대학 졸업장은 내가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며 살 수 있게 해줬습니다. 만약 그것(대학 졸업장)이 없었다면 (기회의) 문은 닫혀 버렸을 것입니다.”

그는 “내게 기회를 줬던 이 학교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똑같은 기회의 문을 영원히 열어줄 수 있게 해주길 원한다”며 “재정능력이 (학생 선발) 의사결정의 고려사항이 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존스홉킨스대가 학생들의 재정 능력이 아닌 실력만 고려하는 ‘학력 중심 선발정책(need blind)’을 유지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 5달러 기부를 한 것으로 시작으로, 지금까지 15억 달러를 모교에 기부했다. 이번18억 달러 기부까지 합하면 총 33억 달러를 기부한 셈이다.

● 저소득층 학생 선발 확대를 위한 3가지 대책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존스홉킨스대 학교 기금은 38억 달러로 미국 최대인 하버드대 기금(360억 달러)의 약 10분의 1이다. 현재 존스홉킨스대 졸업생의 44%가 평균 2만40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일부 연구에 따르면 성취도가 높은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계층 학생들의 절반이 학교를 다닐 돈이 없다고 생각해 일류 대학에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이 결과 학생도, 학교도, 미국도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더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더 많이 좋은 대학에 지원하도록 대학 입학 상담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재단은 ‘칼리지포인트(CollegePoint)’라는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약 5만 명의 저소득, 중간소득 학생들에게 진학 선택을 조언하고 재정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도왔다.

둘째, 더 많은 대학이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저소득 및 중간소득 계층 학생들을 선발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블룸버그재단의 ‘아메리칸 탤런트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100개 이상의 대학들이 저소득 및 중간소득 계층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5달러, 50달러 등 동문들의 소액 기부도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방과 주 정부의 지원 확대도 촉구했다. “개인의 기부가 부족한 정부지원을 채울 수도 없으며 채워서도 안 된다. 아메리칸 드림, 모든 이를 위한 기회 균등의 미래를 위해 이보다 더 나은 (공공) 투자는 없다”는 얘기다.

블럼버그 전 시장은 1964년 존스홉킨스를 졸업하고 1966년부터 1981년 살로먼 브러더스의 증권거래인으로 일했다. 1981년 단말기를 통한 경제 통신사인 블룸버그뉴스를 세워 500억 달러의 자산가가 됐다. 2002~2013년 뉴욕시장을 역임(3선)했다. 최근 중간선거에선 1억1000만 달러를 민주당의 하원 장악을 위해 기부했다. 올해 10월 17년 만에 민주당원으로 재등록해 정치활동을 본격 재개하자 ‘2020년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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