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구매심리 ‘꽁꽁’…매매 대신 전월세로 발길 돌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8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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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파트 구매심리가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9월까지만 해도 주택을 파는 사람에게 극단적으로 유리한 시장이었지만 두 달 만에 집을 사는 사람에게 유리한 시장으로 바뀌었다.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되면서 매매 대신 전월세로 발길을 돌리는 주택 실수요자도 늘고 있다.

1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62.1로 지난해 3월 첫 주(59.3)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는 현장 중개사무소를 조사해 집을 사는 사람과 집을 파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많은지를 0~200 사이로 표시하는 지수다. 100을 넘으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은 ‘매수우위’ 시장, 100 미만이면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많은 ‘매도우위’ 시장으로 본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올해 9월 첫 주(3일 기준) 171.6으로 2003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나타낸 바 있다. 그 정도로 당시에 서울 집을 사겠다는 구매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주택 매수세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이번에는 6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난주 서울지역 부동산 중개사무소 가운데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파는 사람보다 많다”고 답한 곳은 2%에 그쳤다. 이 역시 지난해 1월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서울 용산구의 J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0월 이후 가끔 급한 주택매각 문의는 들어오는 반면, 집을 사겠다는 문의는 아예 끊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택 구매심리가 꺾이면서 전월세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서울의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4만3514건으로 9월(3만2132건)보다 35.4% 늘어났다. 서울시가 부동산정보광장에 주택 거래량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10월 거래량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급격한 전월세 증가 배경은 주택 소비자들이 앞으로 서울집값 하락을 예측하면서 주택을 사들이는 대신 임대를 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주 서울 아파트값은 한국감정원 기준 0.01% 하락하는 등 61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들이 서울 집을 사기 어려워진 현실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향후 서울의 주택가격 조정을 예측하는 사람이 많은데다, 주택 청약을 할 때 무주택자를 우대하는 제도가 강화되면서 주택구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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